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진화하는 성인 영양식 시장 | 인구 고령화와 함께 삼겹살·김치찌개서 탈출… 단백질 중심 건강식, 환자 대상 ‘케어푸드’ 급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전거 타는 것 외에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73세 A씨. 어느 날 그는 아파트 1층 안내 게시판에 붙은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의 근육 건강’ 관련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해당 인체 적용 시험에 참가키로 결심했다. 매일유업이 2018년 설립한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는 노년층의 대표 질환인 사코페니아(근감소증)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 연구개발(R&D)과 소재 확보 등에 힘쓰는 종합 연구 조직이다.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경희대 의학영양학과, 아주대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테스트에 돌입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근력이 좋아진 걸 몸소 느끼고 있다는 A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네 집에 자전거 타고 갈 때 야트막한 언덕을 맞닥뜨리는 지점에선 끌고 가기 일쑤였다”며 “최근엔 팔다리, 특히 대퇴사두근(허벅지) 근력이 월등히 증가한 덕분에 한번에 거뜬히 넘는다”고 말했다.

김치찌개와 소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던 3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대상웰라이프의 ‘마이밀 뉴프로틴’을 구매했다. 40대가 다가오자 균형 잡힌 단백질 섭취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B씨는 “지금까진 고기를 종종 구워먹는 게 단백질 보충의 전부였다”며 “불안한 마음에 마이밀 뉴프로틴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전보다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인 40대 남성 C씨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육량이 점점 줄어들어 한번 구입해봤다”며 “맛이 고소해 이젠 출출할 때마다 다른 간식 대신 뉴프로틴을 하루 2팩씩 챙겨먹는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대상웰라이프 마이밀 뉴프로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백질 중심 성인 영양식 시장 주목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전체 15.5%를 돌파하는 등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단백질을 중심으로 한 성인 영양식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방함량이 높은 삼겹살로 단백질 섭취를 대신하거나 소화불량을 이유로 채소 위주의 식단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분유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백병원에서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무게 1㎏당 1~1.2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하는데 국내 60세 이상 인구의 2명 중 1명은 하루 권장량 이하의 단백질만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해도 체내에 필요한 만큼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분해 배출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적당량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단백질 섭취의 생활화를 위해 간편한 형태의 성인 분유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4년여의 연구 끝에 2018년 말 내놓은 셀렉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인 영양식 브랜드다. 액상 파우치 형태의 ‘매일 마시는 프로틴’과 시리얼바 형태의 ‘매일 밀크 프로틴바’, 분말·스틱 형태의 ‘매일 코어 프로틴’,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슬림25’ 등 13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에서도 매일 코어 프로틴은 진한 우유에 단백질을 18g씩 담아낸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루에 매일 코어 프로틴 한 잔이면 우유 4컵(125㎖컵 기준)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또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별도로 보충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인 류신(부원료)도 2000㎎가량 들어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단백질 제품은 맛없고 떨떠름하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소비자 평가를 10여 차례 진행하고 진한 우유맛을 살리는 등 R&D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셀렉스가 출시 1년여 만에 400억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했다”며 “7월에는 운동보조용 단백질 보충제도 출시해 헬스족까지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국내 유일의 산양유청단백질 보충식, 일동후디스 ‘하이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유업, 중국 시장 공략

매일유업은 중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월 셀렉스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 글로벌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전 라인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직 시장 진출 초기 단계인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상황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판매 채널을 계속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출시된 대상웰라이프의 ‘마이밀 뉴프로틴’은 소고기 등심 110g 또는 우유 660㎖ 분량에 해당하는 단백질 20g을 함유한 제품이다. 비타민D와 칼슘뿐 아니라 류신 등의 필수아미노산도 4000㎎ 들어 있다. 물 120~150㎖에 2포를 넣은 후 가볍게 섞으면 완성된다. 마이밀 뉴프로틴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5대5 비율로 균형 있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근육 생성에, 식물성 단백질은 근 손실 방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팩 형태로 포장돼있어 동봉된 빨대만 꽂으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매일경제

매일유업 셀렉스 코어프로틴 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상웰라이프 관계자는 “곡물과 견과류로 고소한 맛을 살린 덕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최근 들어 마이밀 뉴프로틴의 온라인 판매량은 매월 2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뉴질랜드 낙농업 협동조합인 ‘폰테라’와의 협업을 통해 ‘그래스페드(Grass–Fed)’ 인증을 받은 제품도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과 일동후디스도 성인 영양식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남양유업의 ‘하루근력’은 한국통합의학회 근감소증연구회와 공동 설계한 브랜드다. 단백질을 비롯해 중장년층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성분인 비타민A, 비타민C, 마그네슘, 아연 등 6종을 모두 담아냈다. 원기회복과 자기방어에 도움을 주는 농협홍삼 6년근, 루테인 등이 함유된 것도 특징이다. 하루근력은 스틱 제품 기준 1일 2회, 1회당 1봉을 70~80㎖ 물에 부어 마시면 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유에 타서 마시면 마치 홍삼라떼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7월 10일 CJ오쇼핑과의 협업을 기점으로 홈쇼핑 채널로 판매 창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출시된 일동후디스의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는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두단백’의 비율을 6대 4로 맞춘 제품이다. 무엇보다 일반 유청이 아닌 산양유 단백질을 활용해 소화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피부 연골 결합조직에 필요한 콜라겐, 류신, 비타민 등을 부원료로 배합한 것도 장점이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는 브랜드 론칭 후 15회에 걸쳐 진행한 홈쇼핑 방송에서 모두 완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주요 고객층은 50대 여성으로 전체 홈쇼핑 구매량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오는 하반기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분말스틱, 액상 파우치 형태 등의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외에 식사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균형 있게 담은 ‘하이밀크’를 강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밀크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에 20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한 제품이다.

매일경제

하루근력 분말


▶노인 환자 대상 ‘케어푸드’ 시장도 급성장

성인용 분유 외에 ‘케어푸드(care food)’라 불리는 연하식·연화식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케어푸드는 노인, 환자뿐 아니라 영양 불균형에 노출된 직장인, 산모 등을 위한 건강 먹거리를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연화식은 저작(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행위) 기능이 둔화된 사람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연하식은 인두와 식도 근육이 약해져 음식을 삼키기 힘든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2012년 5816억원에서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식품업계에선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케어푸드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업체는 신세계푸드다. 신세계푸드는 2018년 말 일본 영양치료 선두기업 ‘뉴트리(NUTRI)’와 연구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형 식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인 ‘이지밸런스(EASY BALANCE)’를 론칭했다. 현재 이지밸런스는 소불고기 무스, 가자미구이 무스, 동파육 무스, 나박김치 무스 등 총 9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지밸런스의 인기 비결은 음식 본연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혀로 가볍게 으깨서 섭취할 수 있도록 경도, 점도, 부착성 등을 조절한 데 있다. 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용기째 중탕 또는 콤비오븐에서 가열하면 완성된다. 덕분에 출시 후 판매량이 5개월 만에 158% 증가했다. 실제 이지밸런스를 섭취하고 있는 경기 일산의 한 요양병원 환자들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편하다”,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소화가 잘 된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먹는 데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맛의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길 바란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전했다. 신세계푸드는 기존 위탁급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선 요양원, 대학병원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한 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케어푸드 식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세계, 현대백 등 유통 기업도 눈독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월 가정간편식(HMR) 형태의 맞춤형 건강식단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했다. 그리팅은 일반적인 한 끼보다 당도와 나트륨, 칼로리 등을 낮춘 식사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현대그린푸드는 80명에 달하는 베테랑 연구원과 영양사를 투입해 천연조미료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설탕과 소금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팅의 모든 메뉴에는 구기자 간장 소스, 당귀 유채유, 아보카도 오일 드레싱 등 자체 개발 소스 71종이 사용됐다. 특히 소스에는 설탕 대신 칼로리가 거의 없는 알룰로스가 함유돼있다. 국물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MSG(L-글루타민산나트륨)를 뺀 채소 혹은 고기 육수만을 사용한 점도 특징이다. 또 비타민과 항산화성분 등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땅콩새싹·보리순·꾸지뽕 등 150여 종의 건강 식재료도 모든 음식에 한 가지 이상씩 활용했다. 정기구독 형태로 식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카레, 마라샹궈, 고추잡채덮밥 등 메뉴가 다양하다는 점 등이 온라인상에 알려지면서 론칭 첫달 8000개였던 판매량이 지난 5월 2만1000개로 163%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사업 확대를 위해 연내 반찬 레시피를 기존 274개에서 350개로 늘릴 예정이다.

매일경제

신세계푸드 이지밸런스 소불고기 무스


지난 4월 론칭한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케어온’도 주목받는 케어푸드 브랜드 중 하나다. 검은깨와 콩 등 22가지 곡물로 만든 잇츠온 케어온은 비타민 12종과 미네랄 12종, 단백질 3종에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유산균인 ‘HY2782’ 사균체까지 함유한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인 ‘하이프레시’와 방판채널을 통해 입소문을 탄 덕분에 출시 3주 만에 누적 매출 약 3억원을 달성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혼합음료 외에도 오는 하반기 당뇨 환자용 식품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연하식, 연화식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2017년 국내 최초 효소를 기반으로 한 연화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효소 침투 기술을 활용할 경우 재료 가공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열로 쪄내는 증숙 방식에 비해 영양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육류는 종류에 상관없이 부드러운 정도를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원하는 수준대로 조정할 수 있다. 아워홈은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2018년 6월 맛과 영양, 소화력 등을 고려한 ‘행복한맛남 케어플러스’ 연화식 양념육 3종을 출시했다. 현재 전국 실버타운과 요양 및 복지시설, 병원, 어린이집 등 B2B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온고압으로 뼈까지 연화시킨 고등어, 꽁치 등 생선조림도 제공하고 있다.

매일경제

신세계푸드 이지밸런스를 활용한 상차림


올 들어선 B2C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간장불고기와 고추장불고기 등 2종으로 구성된 ‘부드럽고 연한 연화 간편식’은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식물성 효소로 저온 숙성한 제품이다. 국산 배퓨레와 매실 농축액을 사용해 감칠맛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워홈이 자체 ‘HMR 용기형 파우치’에 담겨 판매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용기에 따로 담을 필요 없이 개봉 후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간 조리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HMR 용기형 파우치는 취식 편의성, 자립 안정성, 친환경성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13회 미래패키징 신기술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한국생산기술 연구원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저작과 소화를 용이하게 하면서 맛과 식감, 영양은 그대로 살린 아워홈의 효소 침투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육류뿐 아니라 생선, 채소, 떡 등 다양한 원물을 상품화하는 것은 물론 연화 단계를 세세하게 조절해 라인업을 지속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희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