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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세계 M&A 규모 10년만에 최저 수준, 코로나19 불황 못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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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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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 걸려있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로고.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2·4분기 세계 인수합병(M&A) 규모가 약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로 M&A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인데 일부 사모펀드들은 지금을 저가매수 시기로 보고 하반기들어 대규모 M&A를 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 통계를 인용해 올해 2·4분기 세계 M&A 규모가 4853억달러(약 583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55% 감소했다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쳤던 2009년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코로나19로 수요 급감

세계 M&A 시장은 금액뿐만 아니라 거래 건수를 보더라도 심각하게 위축됐다. 2·4분기 거래 건수는 약 8200건으로 2004년 3·4분기 이후 가장 적었다. M&A 시장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바뀌던 1·4분기에 이미 6980억달러(약 838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28% 감소한 상태였다. 올해 상반기에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의 대규모 M&A 건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60% 줄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미국의 2·4분기 M&A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약 90%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유럽과 아시아의 감소폭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미 법무범인 커클랜드앤드엘리스의 에릭 쉴레 파트너는 "지난 몇 달 동안 신규 대형 M&A가 본질적으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FT는 정부차원의 사회적 봉쇄가 진행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그 결과 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붙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기업들은 신규 사업 인수보다는 기존 사업 유지에 집중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계약 취소나 재협상도 빈번하다. 다국적 명품업체인 LVMH는 지난해 11월에 미 보석 기업 티파니를 165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올해 들어 가격을 깎기 위해 다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2·4분기 미국 M&A 거래 취소 건수는 44건으로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JP모간의 아누 아이옌가 글로벌 M&A 공동 대표는 기업들이 이번 위기 이후 계약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고친다고 전망했다. 그는 "9·11 테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했다"면서 "계약서에는 기업들이 합의한 거래를 파기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규정이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저점 매수 나선 사모펀드

그러나 일반 기업이 아닌 사모펀드들은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M&A 거래의 16%는 사모펀드가 추진했고 해당 비율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국 사모펀드들이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아직 지출하지 않은 여유 현금은 현재 2조5000억달러(약 3003조원)로 역대 최고 금액이다.

HSBC은행의 보하 아츠필리쿠에타 국제 금융보증그룹 대표는 사모펀드들이 국제 M&A 시장에서 "불균형한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기업들이 M&A 활동에 투입하는 자본을 거의 없앴지만 사모펀드는 계속해서 자본을 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FT는 특히 미국 사모펀드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을 이용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지난달 신빈, 프로비던스와 함께 사모펀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50억유로(약 6조원)를 들여 스페인 통신사 마스모빌 인수에 착수했다. KKR은 지난 3월에 영국 재활용업체 비리도르를 인수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앨리슨 매스 투자은행부문 공동 회장은 사모펀드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대담한 투자를 주저했던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은 이제 배우고 있고 당시보다 성숙한 동시에 노련하다"며 사모펀드들이 불황에 맞춰 대량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단 시장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사모펀드 외에 일반 기업들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배달 업체나 생명공학 분야의 M&A를 노리는 상황이다. 다만 미 투자은행 페렐라 와인버그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 피터 와인버그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며 "M&A는 기업과 이사회가 미래 전망에 자신감과 명확성을 동시에 얻을 때 회복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M&A #코로나 불황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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