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4조 펫시장' 외면받는 펫보험]-②
#신혼부부인 김정욱씨(가명)와 이미진씨(가명)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다. 매월 반려견에게 드는 비용은 100만원 가량이다. 맞벌이라 평일에 혼자 있는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애견 유치원에 월 40만~50만원을 지출한다. 사료와 미용 비용만도 한달에 약 10만원이 나간다. 주말에 애견카페라도 다녀오면 5만~6만원은 기본이다. 가끔 부부가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애견 호텔을 이용하는 비용이 하룻밤에 3만원이다.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비롯해 어디 아프기라도 해 3~4일간 입원하면 병원비가 50만원은 가뿐하게 나온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 만큼 돈이 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반려견이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한다.
반려동물시장은 최근 몇 년 새 3조~4조원대까지 커졌다. 2027년에는 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반려동물 호텔과 유치원, 전용 피트니스 클럽은 물론 반려동물이 심심하지 않게 놀아주는 AI(인공지능) 로봇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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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왜 안드냐고?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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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말 그대로 가족이라고 생각해 경제적인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추세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3만~4만원을 내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보험에는 돈을 쓰기 꺼려 하는 이유는 몇년전까지는 국내에 펫보험에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2017년만 해도 국내에 펫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는 3개사 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등 정책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상품개발을 독려해 현재 10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팔고 있다.
슬개구(무릎뼈) 탈골 등 기존에는 안 해주던 실질적인 보장도 늘어났고,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 등을 만들어 보험금 청구도 간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아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 시장 초기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비슷하게 아직은 펫보험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보험료를 없어지고 마는 비용이라고 여기는 소유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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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하려 동물등록?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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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가입하려면 반려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직 등록제가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견을 막기 위해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해당 시·군·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올해로 시행 12년째다. 전체의 약 30%가량만 등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로 최대 100만원이 부과되지만 현실적으로 100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전수조사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등록 안 한 동물도 비문인식 등을 통해 펫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있지만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며 “반려동물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보험 관리가 어렵고 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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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두려운 보험사, 상품 만들고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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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도 기껏 상품을 만들어 놓고도 손해율 악화 등을 걱정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안 한다.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화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병원 진료의 경우 소위 보험사기가 의심돼도 현재로선 경찰 조사 등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 모럴해저드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수의업계의 한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자가 거의 없긴 하지만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가끔 보험에 들었다고 하는 소유주가 오면 5~6종이면 되는 검사를 20종까지 하고, 안 찍어도 되는 MRI(자기공명영상법)을 찍기도 한다는 얘기도 돈다”며 “수술을 한다면 보험에 가입하고 오라고 역선택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마리 가입했을 때랑 10만 마리 가입했을 때는 손해율에 따른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홍보가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펫보험은 재물보험이라 의료비 예측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와 등록제 활성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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