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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동물병원 진료비 차이 80배…"손님 줄어도 매출 안 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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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편집자주]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반려동물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반려동물호텔과 유치원은 물론 전용 피트니스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 문제와 맞닿은 보험은 가입률이 미미하다. 보험사들도 마케팅을 꺼린다. 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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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테이DB


“어떤 수의사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하루에 5명 오든 10명 오든 진료비는 부르기 나름이니까 매출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수의업계 관계자)

동물진료비는 1999년 표준수가제가 폐지된 후 개별 동물병원이 정한다. 병원 간 자율 경쟁으로 의료 서비스 수준은 높이고 진료비 부담은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부르는 게 값’인 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다지만 약 5200개에 달하는 동물병원의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이 항목별로 비교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소재 동물병원 50곳의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료비를 게시한 곳은 18%에 불과했다. 병원별 가격 편차는 최대 80배까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 관련 진료항목 가격 차이가 가장 컸는데 발치가 최대 80배, 치석제거는 최대 35배였다. 중성화수술은 병원별로 약 5배 차이가 났다.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2배에서 4.7배까지 벌어졌다. 초진료는 6.6배, 입원료는 4.5배 편차였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용을 비교해 주는 주요업체는 ‘마이펫플러스’, ‘펫프라이스’, ‘와글와글’ 등이다. 마이펫플러스는 지난해 제휴병원이 90개에서 올해 200여개로 2배 가량 늘었다.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항목별로 게시한 후 반려동물 소유주가 이를 구매하는 일종의 소셜 커머스 방식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월평균 방문자가 9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제휴병원이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갈 길이 멀다.

이준영 마이펫플러스 대표는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진료비를 궁금해 하고 병원마다 다르면 책정된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데 현실적으로 동물병원 관련 정보는 비대칭이 심하다”며 “소유주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가격뿐 아니라 가격구성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이같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경제적인 부담을 갖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병원 이용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85%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동물병원 진료비로 1회 평균 7만4700원을 쓴다고 했다. 이들은 진료비 항목과 처지 내용에 대해 ‘영수증으로 상세하게 제공 받기를 원한다’고 답했지만 상세 영수증을 받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윤미 반려동물연대회의 소비자권익포럼 대표는 “미용실만 가도 시술 가격을 다 표시해 놓도록 돼 있는데 동물병원은 비용 예측이 불가능한 게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불안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비용예측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반려동물보험이 있다고 해도 가입하는 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매번 비용으로 실랑이를 하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비용을 알려주고, 많이 받는 진료의 경우 표준화를 통해 평균 가격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지금은 사전정보 자체가 빈약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방식이 뭔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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