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4조 펫시장' 외면받는 펫보험]-④
사진=머니투테이DB |
“어떤 수의사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하루에 5명 오든 10명 오든 진료비는 부르기 나름이니까 매출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수의업계 관계자)
동물진료비는 1999년 표준수가제가 폐지된 후 개별 동물병원이 정한다. 병원 간 자율 경쟁으로 의료 서비스 수준은 높이고 진료비 부담은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부르는 게 값’인 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다지만 약 5200개에 달하는 동물병원의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이 항목별로 비교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소재 동물병원 50곳의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료비를 게시한 곳은 18%에 불과했다. 병원별 가격 편차는 최대 80배까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 관련 진료항목 가격 차이가 가장 컸는데 발치가 최대 80배, 치석제거는 최대 35배였다. 중성화수술은 병원별로 약 5배 차이가 났다.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2배에서 4.7배까지 벌어졌다. 초진료는 6.6배, 입원료는 4.5배 편차였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용을 비교해 주는 주요업체는 ‘마이펫플러스’, ‘펫프라이스’, ‘와글와글’ 등이다. 마이펫플러스는 지난해 제휴병원이 90개에서 올해 200여개로 2배 가량 늘었다.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항목별로 게시한 후 반려동물 소유주가 이를 구매하는 일종의 소셜 커머스 방식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월평균 방문자가 9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제휴병원이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갈 길이 멀다.
이준영 마이펫플러스 대표는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진료비를 궁금해 하고 병원마다 다르면 책정된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데 현실적으로 동물병원 관련 정보는 비대칭이 심하다”며 “소유주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가격뿐 아니라 가격구성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이같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경제적인 부담을 갖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병원 이용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85%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동물병원 진료비로 1회 평균 7만4700원을 쓴다고 했다. 이들은 진료비 항목과 처지 내용에 대해 ‘영수증으로 상세하게 제공 받기를 원한다’고 답했지만 상세 영수증을 받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윤미 반려동물연대회의 소비자권익포럼 대표는 “미용실만 가도 시술 가격을 다 표시해 놓도록 돼 있는데 동물병원은 비용 예측이 불가능한 게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불안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비용예측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반려동물보험이 있다고 해도 가입하는 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매번 비용으로 실랑이를 하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비용을 알려주고, 많이 받는 진료의 경우 표준화를 통해 평균 가격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지금은 사전정보 자체가 빈약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방식이 뭔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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