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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이례적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보고를 받고 직접 나섰다. 이는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과 성난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지지층에서까지 나오는 현 상황을 내버려 둘 경우 민심 이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한 시장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현 정부는 21번에 달하는 대책을 낼 때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에 집착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올리고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거나 집값을 재차 자극할 것이란 염려도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젊은 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혜택 확대다. 문 대통령이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으로, 주요 지지층인 30대를 중심으로 성난 민심을 추스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대책은 신혼부부의 취득세 감면 연장이다. 올해 말까지 합산소득이 7000만원 이하(외벌이는 5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가 3억원 이하(수도권은 4억원 이하)이고 전용면적 60㎡ 이하인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1.1~3.5%)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신혼부부 취득세 감면 대상 범위를 청년 및 생애최초 구입자로 확대하고 감면 기한도 추가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는 대상을 넓히거나 생애최초 구입 시 대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해선 세 부담 강화도 강조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 강화와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요건 강화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작년 12·16 대책에선 3주택 이상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종부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0%로 최대 0.8%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1주택자도 기존 0.5~2.7%에서 0.6~3.0%로 최고 0.3%포인트 높인다. 대통령이 부동산 과세 강화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부동산 관련 세금 전반을 손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김현미 장관은 최근 부동산세제 개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6·17 대책 발표 직후에도 "다른 나라는 다양하고 촘촘한 주택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국회, 관계부처와 상의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연일 해외 부동산 세금 정책을 연구해 보고서를 작성·발표하고 있다. 영국은 150만파운드(약 22억원) 초과 고가 주택 취득 시 부동산 등록세율 12%를 적용하고, 다주택자는 3%포인트 중과해 15%를 부과한다. 싱가포르의 경우엔 실수요자에게 낮은 취득세율(1~4%)을 적용하지만 다주택자와 외국인, 법인 등에는 12~30%의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대통령 지시로 정부가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마련한 수도권 및 도심 주택 공급 확대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공급 예정인 물량 30만가구 가운데 과천 등에서 내년에 약 9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사전청약 물량 확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면서 내년 사전청약 물량이 3만~5만가구로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서울·수도권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없이는 알짜 입지에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추상적으로 추가 공급 물량 확대를 지시한 것은 또다시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란 비판의 소지가 있다. 결국 현 정부가 서울 집값을 낮추기 위해선 재개발·재건축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주택임대차보호3법'도 신속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6·17 대책 발표 이후 여러 부작용과 함께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뿐 아니라 박남춘 인천시장 등 당 내에서도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경제정의실천연대(경실련)와 참여연대,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마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런 와중에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부동산대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발언하면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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