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전셋집도 못 구한다…6·17대책에 실수요자 눈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일 자녀가 둘인 직장인 A씨는 오후 반차를 쓰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단지'(총 1882가구) 전세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중형(전용면적 62.8~95.9㎡)은 매물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전용면적 47㎡, 154㎡ 전세 매물도 한 개씩뿐이었다. A씨는 중개업소에 중형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얘기해놨지만 '부르는 게 값'이라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7월부터 53주 연속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6·17 대책 여파로 전세 물량은 더 줄고 가격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0.1%로 지난주(0.08%)보다 상승폭이 컸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1월 20일(0.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 측은 "청약 대기 및 교육제도 개편으로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내놓으면서 전세 매물이 드물어졌다"고 설명했다.

6·17 대책 이후 전세시장 분위기는 좀 다르다. 기존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집값 하락 기대감에 전세 수요가 느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대책은 유일하게 집값 매수세를 부추겼다. 마포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문의가 양극화돼 전셋값이 더 뛰기 전에 물건을 잡으려는 실수요자와 전셋값이 오르자 자금 부담이 적어진 갭투자자 연락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전셋값은 서울 전역에서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매매가격이 껑충 뛰었는데 전셋값도 최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 84㎡는 직전 최고가보다 1억5000만원이나 뛴 14억원에 지난달 29일 전세계약됐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숲아이파크' 전용 84㎡는 직전 최고가보다 9000만원 뛴 7억원에 지난 1일 계약됐다. 은평구 '불광롯데캐슬' 전용 84㎡도 직전 최고가보다 8000만원 뛴 6억원에 거래됐다.

학군 수요가 꾸준한 강남권의 경우 40년 된 아파트의 전셋값마저 오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2년 실거주를 의무화하면서 강남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 아파트 전용 117㎡는 지난달 24일 12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5월에는 11억5000만원이었는데 5000만원이 껑충 뛰었다. '은마' 전용 84㎡도 6·17 대책 이후 7억원에 전세계약됐다. 5월 6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뛰었다.

문제는 전세 물건이 눈에 띄게 귀해졌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 6864건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세 매물 자체가 드물어 거래가 뜸해진 것이다. 2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6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5로, 2016년 4월(174.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3월 103.8로 100을 넘긴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