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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증권사들, 유관기관제비용 10년간 2조원 고객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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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2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14개 중ㆍ대형 증권사별 불법 유관기관제비용 투자자 전가실태 조사결과 분석발표 및 관계기관 조사 촉구’ 기자 설명회에서 정호철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간사가 분석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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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거래수수료가 ‘무료’라고 광고한 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직접 유관기관들에 내야 할 ‘유관기관제비용’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금액이 10년간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증권사들이 유관기관제비용에 대한 기준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사례들도 공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한국투자자연합회는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증권사들이 시장 전체에 배상해야 하는 손해액은 2조2011억원, 개인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1조4198억원으로 산정된다. 개인투자자 1명 당 20만~30만원 정도는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2009~2018년 주식위탁매매 시장 전체 거래대금과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유관기관제비용률을 평균 0.005%로 가정해 이같이 추산했다. 유관기관제비용은 거래소의 거래·청산결제수수료 및 예탁원의 증권사·예탁수수료 등을 합한 것으로 증권사가 기관들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현재 거래소와 예탁원에 내는 수수료율을 합하면 거래금액의 0.0036396%다.

그러나 그간 증권사들은 일정한 산정기준이나 회계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금융투자협회비 등을 추가했다. 때문에 증권사가 내는 유관기관제비용률은 0.0038~0.0066%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박선아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유관기관제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엄연히 증권사인데 ‘제비용 전가 금지’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이를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증권사마다 제비용률이 각각 다른 점도 그 자체로 매우 불합리하고 자의적이다. 자본시장법을 왜곡하는 명백한 불법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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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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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 14곳에서 2013년 9월~2020년 4월 낸 광고 69건을 분석해 표시광고법,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항을 총 584건 적발했다고도 밝혔다. 투자자가 당연히 내야하는 것처럼 유관기관제비용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매매거래 수수료는 유료였음에도 비대면계좌 개설광고에 ‘거래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또 유관기관제비용률을 사전에 광고·약관·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지 않은 것은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들이 한 행위는 마트에서 1만원짜리 수박을 무료라고 해놓고 밑에 조그맣게 농민 수수료 3000원 별도라고 표기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며 “100원을 훔쳐도 돈을 훔친 것인데 증권사들이 소액이라고 죄의식 없이 10년 넘게 금융소비자를 속였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증권사 22곳을 상대로 점검하기 전까지 대부분 증권사는 유관기관제비용률에 대해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유관기관제비용률 산정기준을 투자광고·약관·홈페이지 등에 최소 10년 이상 공시하지 않았고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등은 최소 9년 이상,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최소 8년 이상 미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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