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국토부와 해수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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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일 “투기성 매입에 대해선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며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 생애최초주택 구매자, 전ㆍ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며 “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해서는 세금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과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 등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며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김 장관의 긴급 보고는 애초 예정돼있지 않던 일정으로, 부동산 문제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6ㆍ17 대책 이후 오히려 전세가 품귀 현상을 빚고 규제지역에서 빠진 경기 김포·파주 등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또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특히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고가 주택에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로 올리는 등 종부세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강민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는 별도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다주택자인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들에게 ”집 한 채를 팔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시가 15억원이 넘는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ㆍ16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한다”고 한 뒤 반년 만에 같은 지시를 다시 한 것이다. 이번엔 ‘강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현재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 중 다주택자는 12명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을 전방위로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집값을 둘러싼 민심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 부동산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문 대통령 취임 때 6억원에 불과하던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은 3년만에 50%가 넘게 뛰어 최근 9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배경에는 부동산 문제가 있다는 게 여권의 인식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면서 서울 집값과 ‘한판 전쟁’을 벌였지만, 집권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40.5% 뛰었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한 달만인 2017년 6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포인트씩 낮춰 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6ㆍ19대책을 내놓은 것을 시발점으로 최근 6ㆍ17까지 모두 21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50%를 밑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 주면 제가 피자 한 판씩 쏘겠다”며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던 문 대통령의 발언도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결연해졌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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