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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공안정국의 홍콩…비판 글 지우고 ‘헥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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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

[경향신문]

시위 현장, 보안처 요원 배치
1일 하루, 10명 법 적용 체포
작가들 언론 기고 삭제 요구
시민들, 망명성 이민 고려도

‘아시아의 진주’로 빛났던 홍콩에 ‘공안정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 체포가 이뤄지면서 사회 곳곳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은 안보를 해치는 소수에게만 해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홍콩 경찰은 이 법을 광범위하고 자의적으로 적용해 시위대를 잡아들였다. 심지어 ‘홍콩 독립’ 깃발을 든 15세 소녀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2일 성도일보, 홍콩01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경찰은 전날 코즈베이웨이, 완차이 등지에서 열린 시위에서 370명을 체포했고, 이 중 남성 6명과 여성 4명에게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깃발이나 팻말을 들고 있다가 체포됐다. 관세청 공무원 3명은 단순 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된 뒤 정직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상당수 공무원이 체포됐지만, 단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정직처분을 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법 적용은 자의적으로 이뤄졌다. 홍콩보안법에 따라 체포된 첫 사례인 남성은 ‘홍콩 독립’ 깃발 앞에 작은 글씨로 ‘원치 않는다’는 두 글자(不要)를 적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 남성이 송환법 반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며 체포했다. 홍콩의 유일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상무위원인 탄야오쭝(譚耀宗)은 이날 오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자주 쓰는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두고 “광복의 함의는 (일본으로의) 투항 아니냐. 이 구호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 권력도 강화됐다. 전날 시위 현장에는 홍콩 경찰 내에서 홍콩보안법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국가보안처’ 요원들이 배치됐다. 국가보안처는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조사, 체포, 심문하고 관련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행정장관 승인하에 국가안보 위협 피의자에 대한 도청, 감시, 미행을 할 수 있다.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없이도 건물, 차량, 전자제품 수색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홍콩에 있는 ‘6·4 톈안먼 시위 기념관’은 관련 소장품이 압수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자료들의 디지털화 작업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민주성향 매체인 ‘인미디어HK’는 최근 12명의 작가로부터 자신들이 이전에 쓴 민주주의 관련 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100여개의 게시글을 삭제했다.

‘헥시트’(홍콩+엑시트)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700만 홍콩 시민 중 약 300만명에게 영국에서 5년 거주하면 시민권을 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 약 35만명과 그 외 자격을 갖춘 260만명이 대상이다. BNO 여권은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영국 정부가 일부 홍콩인에게 발급한 여권이다. 영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의해 감금·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의 정치적 망명을 받아들였다.

이에 중국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영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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