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매경의 창] 이 정치의 계절에 기본으로 돌아가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3년 하고도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요즈음에 신문 기타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후년 초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려는 사람들과 대통령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그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벌이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선거는 1년9개월쯤 뒤여서 멀리 있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은 그 전에 있을 각 정당의 후보자 선출, 또 이를 위한 그야말로 정치적인 이합집산 등을 생각하여 볼 때 어쩌면 이미 선거철이 되었다고 해도 될는지 모른다.

그 선거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하나같이 대통령이 되어서 또는 대통령이 되도록 하여서 결국 국민들을 더 잘살게 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에 다른 분들과 잡담을 하는 중에 우리나라의 보통 국민들이 제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꼽아 본 일이 있다. 대체로 다음의 셋이 아닐까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첫째는 살 만한 집을 가지는 것, 둘째는 자식이 능력과 자질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음껏 공부시키는 것, 셋째는 병이 났을 때 걱정 없이 치료받는 것이다. 그동안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래도 온 국민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러한 요구들이 어느 만큼 해결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5%인 850만가구는 아직도 남의 집을 빌려서 살고 있다. 잘산다는 다른 나라에서도 누구나 다 자기 소유의 집에 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전체 가구의 반 가까이가 2년에 한 번, 심지어는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여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온갖 희생 또는 무리를 무릅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그야말로 '기본'에 해당하고 그 해결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른 한편 우리가 사는 삶을 돌아보며 조금 욕심을 내자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맥락이 다른지는 몰라도, 예를 들면 서울에 옛 궁터 말고도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뤽상부르 또는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같은 널찍한 공원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혹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거리를 걷다가 다리가 피곤해지면 잠깐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그늘이 드리운 곳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는 다른 도시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주말이면 음악회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적어도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에서 열렸으면 한다. 입장권 구입에도 큰돈이 들지 않아야겠다. 이런 설비를 갖추는 데는 돈이 꽤 많이 드는데, 새 길을 내거나 규모 있는 공장을 짓거나 하는 것처럼 바로 겉으로 표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유 또는 '문화'를 사람들 가까이에 놓는 것은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의 질을 생각함에 있어서는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사람 일이 그렇듯이 나라 일도 기본이 중요하다. 시원한 풀밭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 놓거나 미술관에서 좋은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이 뒤숭숭한 판국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이제 이런 일에도 더욱 유념하는 게 곧 언필칭 공동체, 즉 나라가 하여야 할 바가 아닐까? 이런 것을 나라에 여유가 쌓였을 때 가외로 베풀어 주는 혜택이 아니라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의미 있는 과제로 세우는 것, 단지 생존의 유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거기서 나아가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공동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나라의 또 다른 존재이유라고 하는 것, 이런 말을 요즈음 대통령 되려고 또는 만들려고 애쓰는 분들에게 여전히 전하고 싶다.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