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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반도체 메모리용량 1000배”···韓 '손만한 데이터센터'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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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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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대의 서버가 모여있는 데이터센터는 축구장 수십 배의 면적을 차지한다. 만약 이 데이터센터를 손바닥 크기만 하게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상상이 조만간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별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를 적용하면 메모리 소재의 용량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향후 초집적ㆍ초저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희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메모리 소자의 용량을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산화하프늄(HfO2)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산화하프늄은 현재도 반도체 칩의 절연체로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전압을 가했을 때 원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끊어주는 자연차폐막이 형성되는 현상을 이용했다.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반도체 안에 존재하는 산소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메모리 소재로 응용할 수 있음을 입증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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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원자 메모리와 기존 원자집단 (도메인) 메모리 원리 비교 [자료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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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메모리는 약 1000㎚²당 겨우 1비트(정보저장 최소단위)를 저장할 수 있었다. 현존하는 메모리 중 가장 큰 플래시 메모리의 집약도도 1cm²당 0.1테라비트 정도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간 스프링 같은 상호작용으로 수천 개 원자집단(도메인)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도메인 없이 0.5㎚에 불과한 개별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하는 이론을 개발했다. 전압을 걸 때 원자 간의 탄성 상호작용이 완전히 소멸해 원자 4개에 개별적인 비트 저장이 가능하다. 원자를 0.5나노 크기로 잘라도 메모리 저장 능력은 동일해 일반 반도체에서도 단일원자 수준의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이 교수는 “개별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이번에 발견된 이론은 현 반도체 산업의 최종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평평한 에너지띠(flat energy band)라는 물리학 이론에 주목했다. 물질에 평평한 띠가 있을 경우, 원자끼리의 탄성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론이다. 이를 처음으로 메모리 물질에 적용한 게 주효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반도체 내에 원자의 위치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도체 산업 최고 집약 공정 될 것…정부·기업 투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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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원자 수준 메모리 응용 예시 [자료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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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실용 반도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순수 물리 이론이라는 의미가 있다. 상용화가 된다면 현재 5㎚ 공정에 멈춘 반도체 산업을 향후 0.5㎚ 공정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0.1Tbit/cm2 에 멈춘 평면 반도체 집적도를 향후 500 Tb/cm2 집적도까지 1000배 이상 끌어올릴 유일한 소재로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0.5㎚는 원자 간의 대략적인 거리이기 때문에 고체를 사용하는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최고 집약 공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논문이 출간되면 외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빠른 상용화를 위한 정부ㆍ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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