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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메모리 반도체 용량 1000배 높일 이론 나왔다... 삼성에 우선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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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UNIST 교수팀, 원자 개별 제어 가능한 ‘산화하프늄’ 新특성 발견
"원자 4개당 1비트"… 집적도 0.1→500 Tbit/cm² 점프
"실제 원자 실험 준비 중… 美연구진 네이처 논문도 이론 일부 증명해줘"

조선비즈

이준희 UNIST 교수(왼쪽 두번째) 연구팀이 개별 원자 제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를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한 이론을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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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정부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인 연구를 통해 원자를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메모리 반도체 용량을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물질 ‘산화하프늄’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해 메모리 소자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원리를 찾았다고 3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과기정통부는 "순수 이론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를 저장·처리하기 위해서는 전기 신호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 기능이 필요하다. 기존 반도체 이론은 메모리 용량의 최소 단위인 1비트(bit)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수천개의 원자가 모인 메모리 소자(素子)가 스위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메모리 소자 1개는 원자 수천개의 크기인 수십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보다 작아질 수 없다. 메모리 소자가 작아져야 가능한 집적도 향상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라는 반도체 물질에 특정 수치의 전압을 걸면 원자들 간의 결합이 사라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원자를 개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메모리 반도체의 스위치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슈퍼컴퓨터로 가상실험(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총 0.5나노 크기에 불과한 산소 원자 4개 묶음으로 1비트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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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1비트 저장·처리에 원자 수천개가 필요한 기존의 평면 메모리 반도체(왼쪽)와 같은 작업을 원자 4개만으로 구현 가능한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오른쪽)./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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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소자의 크기가 이처럼 줄어들면 집적도를 1제곱센티미터(cm²)당 500테라비트(Tbit·1조 비트)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평면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0.1테라비트)보다 5000배 높고, 소자를 여러 층 쌓은 3차원 플래시 메모리(0.5테라비트)보다도 1000배 높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아 현재 메모리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구현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가상실험을 넘어 실제 원자 실험을 통해 이론을 완전히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전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 22일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UC버클리대 연구진의 논문이 우리 이론을 일부 증명하고 있다"며 "산화하프늄도 이미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물질인 만큼 상용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원자를 쪼개지 않은 한, 구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집적도가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상용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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