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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사설] 문화·예술계의 그늘 드러낸 ‘매니저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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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인 이순재 씨와 그의 전 매니저 사이의 불편했던 관계가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의 어두운 속사정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연예인의 바쁜 외부 일정을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가족들의 잔심부름까지 도맡았다는 전 매니저의 폭로가 발단이 됐다. 가족들이 자신을 마치 머슴처럼 부리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로에 따라 잠시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듯하더니 당사자인 이 씨가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의 뜻을 표명함으로써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에 이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이러한 ‘매니저 갑질’ 사례가 자주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 등을 포함해 방송·연예계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마찰이 자주 표출되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대중적인 인기가 올라갈수록 외부출연 요청이 많아지게 되고 그 섭외를 맡기려고 매니저를 두게 되지만 결국 사소한 개인 심부름까지 맡김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이다. 군대와 기업, 심지어 대학에 이르기까지 상하관계에서 일어나는 갑질이 문화·예술계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매니저가 언제나 피해자의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탈세 의혹이나 남녀 관계 등 해당 연예인의 약점을 잡아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상 일상적으로 함께 다녀야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문화·예술계를 뒷받침하는 종사자들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보험 가입 문제나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에 대한 갈등도 그런 식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고쳐야 할 점이 수두룩하다. 겉으로는 화려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소속 프로덕션사에 의한 ‘노예계약’에서 벗어난 것도 최근 들어서다. 무대 공연이라는 성격상 종사자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존경을 받는 원로배우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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