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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코로나 탓은 그만, 이제는 멈춘 나를 일으켜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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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멈추고 ‘디지털 반조리’로 새판 짜자고요”

포스트코로나 ‘새 질서’ 4가지 제시 “디지털로 사고하고 직거래하라”

유튜브 책 소개 비판엔 “도서 시장 ‘교란’ 아닌 ‘형성’으로 보아 달라”


한겨레

김미경의 리부트: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6000원

1월22일이 마지막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청중 앞에 섰던 ‘스타 강사’ 김미경(56·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은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강단에 오르지 못했다.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2월로 접어들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매출의 절반이 그의 강연료에서 나오는 회사, 월급날을 기다리는 직원만 스무명이었다. ‘그만 징징대고 좀 버텨라’ 독설까지 불사하며 청중을 수없이 다그쳐온 ‘독한 언니’의 입에서 저절로 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무대가 없어진 연극배우가 된 것 같았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집필실에서 만난 김미경 강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2월 되니까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가장 약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수백명이 모이는 오프라인 강의는 더는 못하겠구나. 코로나19 이전으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강사’라는 직업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려면 미래를 알아야 했다. 가장 먼저 종이신문과 주간지부터 구독했다. 미래를 읽겠다며 왜 하필 종이신문을 펼쳤을까. “포털 뉴스는 이미 큐레이션이 다 되어 있어서 나한테 필요한 기사를 접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그렇게 찾던 게 신문 맨 뒤 오피니언면에 있더라고. 왜 있잖아요, 역사학자가 외롭게 써내려간 칼럼. 거기 내가 궁금하던 게 딱 세 문장으로 적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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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에서 만난 강사 김미경은 “2월까지는 코로나 탓이지만 이제는 당신 탓”이라며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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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주간지, 기업이 내놓는 보고서와 경제·경영·트렌드 서적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윤곽이 잡혔다. 강사는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 무언가가 손에 잡히자 한달음에 이를 책으로 썼다. 3월에 쓰기 시작해 지난달 20일 인쇄에 들어갔으니 넉 달도 채 안 돼 <김미경의 리부트>가 나온 셈이다.

이 책에서 그는 코로나19라는 뿌연 안개가 걷힌 뒤 모습을 드러낼 새로운 세상의 키워드 4가지를 제시한다. 온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디펜던트 워커, 세이프티. 단순하게 요약하면, 언택드(untact) 사회에서도 연결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 온라인 대면 즉 ‘온택트’(on_tact)로 돌파구를 만들고, 이를 위해 개인·조직의 사고체계와 시스템을 모두 디지털로 ‘변신’(digital transformation)하며,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직업인(independent worker)이 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전성(safety)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자 전제가 될 테니 이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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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김미경의 리부트>를 펴낸 김미경 강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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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 새로울 뿐, 알맹이는 결국 ‘디지털 능력을 탑재해 경쟁력을 키우라’는 뻔한 당부가 아닐까.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기도 버거운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심해를 건너갈 수 있을까.

“‘마케팅을 위해 인스타그램을 해야겠어.’ 이건 변신이 아니라 변화죠. 디지털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상상해서 내가 먹고사는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어야 진정한 변신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예전에는 내가 30년 동안 강의하면서 갖게 된 여러 자산을 오직 오프라인 강의에만 썼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 인맥과 콘텐츠 큐레이션 능력에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결합해서 개개인이 각기 다른 커리큘럼으로 재교육 받을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상상을 해요. 이게 ‘변신’이에요.”

디지털 문화나 기술에 대해서도 너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했다. “아니, 누가 코딩으로 페이스북을 만들래요? 디지털 세상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직접 만들 필요가 없어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에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반조리 가공자’가 되라는 겁니다.” 디지털 ‘변신’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건 세상과의 거래 방식을 ‘직거래’로 전환하는 데 있다. 자신이 가진 가장 핵심적인 상품(코어 콘텐츠)을 세상에 내다 팔 판로를, 예전처럼 중개인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이란 굴착기로 직접 내라는 것이다.

‘확신의 세계’에서 살던 김미경은 이 책을 통해 ‘불확실성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동안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통해 검증한 확실한 삶의 명제만을 대중에게 전했다면, 이번엔 미래 ‘예측’의 영역까지 욕심을 냈다. 코로나19 이후 ‘과거’는 더 이상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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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 책 <김미경의 리부트>를 펴낸 김미경 강사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에서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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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언가를 예측하던 사람은 아니잖아요. 제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려고 전문가들 엄청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분들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그걸 다 알았냐’고 용기를 주더라고요. 그때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도움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최근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은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한 자기계발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돈을 수단으로 보는 시선을 넘어 돈에 인격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책들에 독자들은 홀린 듯 지갑을 연다. 김 강사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탓에 꿈으로, 사업으로 돈 버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돈 500만원이 있으면 자그마한 식당이라도 차려볼까 궁리했는데 코로나19로 그 길이 막혔잖아요. 그러니까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사람들이 몰려가는 거예요. 그런데 자존감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 돈은 결국 사람을 망치거든. 아휴∼ 정말이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만장자한테 그만 배웠으면 좋겠어.”

베스트셀러 순위 한쪽에는 ‘김미경 셀러’도 존재한다.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에서 소개한 책 가운데 일부는 110만 구독자의 판매 행렬에 힘입어 역주행을 일으켰다. 제작을 할 때 해당 출판사에 협찬비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질타도 받았다. “출판사가 매달 보내는 책이 방 한가득이에요. 책 선별하는 데만 직원 세 명이 달라붙고, 영상 제작에도 편당 150만∼200만원이 들어요.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되 대신 전국 70개 작은도서관에 매주 소개됐던 책을 모아 두 달에 한번씩 보냅니다. 협찬비가 없는 작은 출판사를 위해서 간간이(현재까지 총 6종) 무료로 소개도 하고요. 댓글을 보면, 영상을 보고 생전 처음 책 샀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 정도면 시장을 ‘교란’한 게 아니라 ‘형성’한 거 아닌가요?”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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