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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포드 V 페라리’의 상속(相續)과 유전(hered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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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포드’는 미국의 헨리 포드가 설립한 회사로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을 통해서 대량생산을 기틀을 마련한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반면에 ‘페라리’는 카 레이서였던 이탈리아의 엔초 페라리가 설립한 회사로 고급 스포츠 카의 상징입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1960년대 자동차 경주 ‘르망 24’에서 포드가 절대 강자 페라리를 이겼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레이싱 영화입니다. ‘포드’로 대변되는 미국과 ‘페라리’로 대표되는 유럽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포드’를 상속받은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에서 우승할 ’포드 GT40'을 시승하면서 창업자인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헨리 포드 2세가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상속 재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입니다.

상속이란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그의 재산상의 권리 · 의무가 법률 규정에 의해서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합니다. 통상적으로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상 권리 · 의무를 모두 물려받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에서 상속은 신분 상속이 아닌 재산 상속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산 상속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가 축적한 부가 자녀들에게 그대로 이어져 신분이 상속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유전은 부모의 홍채나 피부색, 혈액형 등과 같은 유전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유전은 태어나면서 이루어지지만 상속은 사망한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유전은 거부할 방법이 없지만 상속은 한정승인, 상속포기 등을 통해서 부모의 재산상 권리 · 의무를 그대로 물려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 부모의 유전자나 재산상 권리 · 의무만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모의 사랑, 삶의 자세나 경험, 안목 등도 물려받습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도, 물려받은 부모의 경험과 안목 등은 상속받는 재산보다 사회적 신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헨리 포드 2세는 아버지로부터 ‘포드’를 상속받고 유전형질도 물려받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태도나 경험, 안목 등도 물려받았을 것입니다. 부모가 축적한 경험과 안목을 기반으로 보다 뛰어난 안목과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지식과 경험을 쌓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보이는 것을 보다 정확히 보고, 들리는 것을 보다 정확히 듣기 위해서입니다.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해서 교정할 수 있고, 청력에 문제가 있으면 보청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에서는 바로 교정할 수 있는 안경이나 렌즈가 없습니다. 많은 지식과 경험, 더 깊은 사고 등이 교정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자세나 경험, 안목의 문제는 한 개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와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나 국가가 좀 더 발전하고 구성원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그 사회나 국가의 경험과 안목 등을 통한 실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이나 유전형질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이나 경험, 안목 등이 더 큰 힘을 지속적으로 발휘하지 않나 싶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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