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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10번 만났지만…홈플러스, 임단협 결렬" 노조, 4일 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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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모르쇠 일관" vs 홈플러스 "무리한 요구"

동행세일 주말에 파업 선언…"주말 영업 큰 타격 불가피"

뉴스1

24일 오전 대전 서구 홈플러스 둔산점 앞에서 홈플러스 대전세종충청지역 민주노조연대 소속 구성원들이 둔산점 매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홈플러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기자회견을 촬영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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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싼 홈플러스 노사 간 교섭이 결국 결렬됐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오는 4일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사측이 10차례 본교섭에서 한 번도 임금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사측 책임론'을 주장한다.

반면 홈플러스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18.5%의 임금 인상은 과도한 요구"라며 "임금 인상과 139개 단체협약을 일괄 타결하자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파업 시점이 대형마트가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중 유일하게 '주말 영업'을 할 수 있는 때여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측 책임론" vs "다 죽자는 거냐"…임단협 갈등 팽팽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민주노조연대(노조)는 오는 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79.8%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 홈플러스 지점별 노조 지회장(간부)과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안산·둔산·대구점 소속 노조원 500~6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홈플러스 경영진에 '정규직 임금 18.5% 인상안'과 '139개 단체협약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8.5% 인상 요구안은 이미 지난해 확정됐던 것"이라며 "사측은 인상률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지만, 겨우 최저시급 1만원 수준이고 월 기본급으로 환산해도 209만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가 위기에 처한 점을 고려해 일부 인상률을 양보한 '수정안'까지 준비했지만, 사측은 10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한 번도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르면 다음주 임금 인상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단체협약 교섭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년이 지났지만, 인사평가나 승진 등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은 빠져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했으면 당연히 조정하는 것이 옳은데, 사측은 '3700억원이 소요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홈플러스는 "노조가 무리한 억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완강한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마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창사 처음으로 '임원진 급여 반납'까지 결정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18.5% 인상하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조는 임금 인상과 139개 단체협약을 동시에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회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7조30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38% 줄어든 160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2018년(-1327억원) 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도 올해 새롭게 도입된 회계기준(FRS16 Leases)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채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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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대전 서구 홈플러스 둔산점 앞에서 홈플러스 대전세종충청지역 민주노조연대 소속 구성원들이 둔산점 매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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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세일 기간 파업 돌입…홈플러스 "주말 영업 어쩌나"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중 대형마트가 유일하게 '주말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점에 노조가 결의대회를 연다는 점도 홈플러스에는 '악재'다.

대한민국 동행세일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이중 첫 주말 일요일(28일)과 마지막 일요일(12일)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다. 대형마트가 온전하게 주말 영업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둘째 주말(4~5일)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주말에는 평일보다 2~3배 많은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이번 동행세일 둘째 주말은 대형마트들이 학수고대하는 시기"라며 "이때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간부파업, 부분파업, 경고파업 등 '게릴라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 요구안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는 이번 파업이 동행세일 기간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안산점, 대구점, 둔산점 소속 노조원들은 대거 상경한다"면서도 "다른 점포는 적게는 2~3명, 많게는 6~7명의 지회장만 파업에 참가한다. 한 점포에서 6~7명의 간부가 빠진다고 매출에 타격을 준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홈플러스 노조가 '공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는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작은 마케팅 실수 하나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시국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한다는 것은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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