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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SC] 한장의 사진, 당신을 멈춰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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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6년 만에 찾아온 ‘퓰리처상’ 사진전

한국 사진기자 최초 수상자 김경훈 작품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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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아파트에서 아이를 구한 소방관이 다급하게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1989년 수상작. 사진 빅피시씨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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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아이가 양팔을 벌린 채 울면서 도로로 뛰쳐나왔다. 얼굴에는 절망과 공포가 문신처럼 새겨졌다. 네이팜탄이 투하된 베트남 거리에 있던 아이, 킴 푹이 온몸으로 말하는 건 전쟁의 참혹함이었다. 1972년 사진기자 닉 우트가 찍은 한장의 흑백사진은 울림이 컸다. 당시 17년간 이어진 베트남전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반전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 우트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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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의 실상을 드러낸 사진 ‘베트남-전쟁의 테러’. 1973년 수상작. 사진 빅피시씨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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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사진만큼 즉각적인 감정과 반향을 일으킬 만한 툴이 있을까. 보는 순간 심장에서 파도가 인다. 1839년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사진에 담기지 않은 역사는 없다. 당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낸다. 흐르는 시간을 잡아채 앵글에 가둬버리는 순간, 그건 영원한 기록물이 된다. 우리가 한장의 사진 앞에서 멈춰 서는 이유다. 역사를 움직였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 사진들이 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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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경찰이 비무장한 10대 흑인 소년을 사살한 사건에 분노한 이들의 시위.2015년 수상작. 사진 빅피시씨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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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6월 록 콘서트에 참석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무대 위에서 댄서들과 춤을 추고 있다. 1997년 퓰리처상 수상작.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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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저널리즘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 부문 수상 사진 전시인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0월18일까지 열린다. 6년 만에 열린 이번 전시는 1942년 수상작부터 최근 수상작까지 총134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한국인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로이터> 김경훈 기자의 수상작도 만나 볼 수 있다. 김경훈 기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퓰리처상 사진부문 수상이 생긴 건 1942년께인데, 그 이후 수상작 대부분은 ‘공정보도’라는 포토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의 드라마’가 녹아든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수상작은 2018년 11월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마리아 메자와 그의 아이들이 미국 국경수비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는 현장을 취재한 것이다. 마리아 메자 가족은 그의 보도 이후 미국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현재 워싱턴에 정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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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를 반대하는 맞불시위대를 향해 백인 우월주의자의 자동차가 돌진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수상작.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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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로이터> 김경훈 기자가 취재한 캐러밴(중남미 이민 행렬) 사태. 2019년 수상작.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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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인근 난민 캠프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항의하는 여성. 1983년 수상작.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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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모든 피사체는 평등하다. 사진이 가진 힘은 평등에서 나온다.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고 폐기처분 하는 시대라지만, 사진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전시장에서 그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17년 생긴 퓰리처상은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기부로 시작되었는데, 매년 언론 14개 부문을 포함해 문학, 음악 등 총23개 부문에서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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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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