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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유튜브는 내 마음이 복잡하단 걸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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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은경] 처음은 뭐든 어색하다. 불편하다. 처음 출근하던 날도, 처음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된 날도, 처음 출장을 가서 만난 사람도…. 처음이란 말이 익숙해질 법도 할 만큼 수많은 '처음'을 보냈지만, 처음은 항상 언제나 힘들다. 외롭고 괴롭다.

겨우겨우 넘어가야 하는 깔딱 고개 같다. 동네 뒷산을 오를 때마다 가장 초입에 만나는 깔딱 고개는 얼마 높지도 않은데 매번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이러면 더 힘들지 싶어 애써 호흡을 가다듬고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한 발 한 발 걷는 깔딱 고개. 처음이란 것도 그런 걸까. 요즘의 나는 익숙한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한 달도 안 되었다. 마음이 힘들다. 그냥 힘들다. 익숙한 관계와 처음이었을 때의 3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때도 매일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러다 안 될 것 같을 때 여행을 떠났다. 다 두고 친구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홍콩 어딘가에서 걷고 놀고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힘을 얻었다. 에너지를 찾았다. 상황을 좀 더 떨어져 보게 됐다. 그때의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는 3년 후 익숙한 관계가 되었지만, 우리는 다시 도전을 택했다. 새로움이라는.

그래서 또 한 번의 복잡한 마음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뭔가 계속 부족한 것 같고, 모자란 것 같은 마음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문자로는 써지는 이 문장이 마음으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 기분이다. 하루 휴가를 냈다. 갈 데도 딱히 없는데 무작정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한적한 카페로 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위치만 한적할 뿐,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베이비뉴스

유튜브를 켰더니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듣는 노래 리스트'가 딱 떴다. 대박. 유튜브, 너 정체가 뭐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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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어처구니없이 거북이에게 진 토끼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어. 경기에서 진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관심도 없었어.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지. 상처받은 토끼는 뛰지 말자고 맹세했어. 그런데 뛰지 않게 된 토끼는 눈도 침침하고, 털도 부쩍 빠지고 많이 아팠어. 살던 대로 살지 않아서 병이 난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사람도 토끼도 살던 대로 살아야지. 안 그럼 병나, 안 그럼 아파. 그러니 너도 토끼처럼 그렇게 살아. 너답게 말이야.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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