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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알까기 할 줄 아는 알파고 나올까"…AI가 흑인 차별할 위험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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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 열려

"사람·기계가 각자 잘 할 영역에서 일하며 협력·상생해야"

뉴스1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에서 김윤 SKT CTO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2020.07.03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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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똑똑한 사람을 표현할 때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말을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진화하면 하나를 학습시켰을때 서넛을 아는, '응용학습'이 가능한 AI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습하는 인간의 무의식에 깔려있는 '편견'이나 차별, 혐오 등이 AI에 그대로 학습될 수도 있다는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매년 모여 앞으로 미래를 위해 논의하고 정보를 나누는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가 '모두를 위한 모두의 AI'라는 주제로 3일 열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했다.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는 산·학·연·관·언 등 과학계가 한 자리에 모여 과학기술 중심의 미래전략 등을 논의하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2007년부터 매년 열려왔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민 국회의원,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이우일 과총 회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기조강연에는 김윤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연사로 나서 '인간과 AI가 공조하는 증강 지능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윤 CTO는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시리'(Siri)의 총괄 개발 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김 CTO는 "약(Narrow)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바둑의 규칙이 바뀌거나 바둑판의 구조가 바뀌면 백전백패한다. 또한 알파고는 바둑은 잘두는데 알까기는 못 한다. 알까기 로봇이 배우는 지능과 알파고의 지능은 다르다"며 "(개인적으로) 1을 가르치면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인공지능을 인공일반지능이라고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은 정해진 일밖에 못 하는 내로우 인공지능과 달리, 사람처럼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나 현재 유튜브, 페이스북에 쓰이는 AI는 약 인공지능이다.

김 CTO는 인공일반지능이 다가오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AGI가 과학기술계가 개발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기계·지구(환경)가 어우러져야 사회와 세상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며 "사람과 기계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람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 기계는 기계가 잘할 일을 하며 협력하고 상생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CTO는 이러한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편향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CTO는 실제 미국에서 진행된 AI 학습에 관한 연구에서 AI는 '체포된 사람의 향후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에서 AI는 강도와 같은 중범죄 전력이 있는 백인의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청소년기 경범죄를 저지른 흑인의 재범가능성은 높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데이터에 인종적 편향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CTO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를 가치 중립적으로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정제과정에서 AI가 편견이나 혐오를 학습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이는 AI의 실수가 아니라 사람의 실수이며, AI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의 선생님은 인간이다, 기계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기보다는 존재하는 걸 조합해서 만든다"라고 인간 중심 인공지능을 통한 선순환 구축을 주장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이 사람과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설계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이를 '목적 함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목적함수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과정의 목표를 규정한 함수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정확한 인식을 목표로, 온라인 콘텐츠 사업의 인공지능은 높은 조회 수를 목표로 설정된다.

김 CTO는 "개·고양이 구분이나 음성인식은 틀려도 큰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틀리게 되면 엄청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도덕적 AI를 만드는 'AI 윤리'가 상당히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김 CTO는 사회 모두를 위한 AI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서비스를 만드는 단계에서 해결할 문제를 잘 정의하고 기술적 언어로 번역해내는 '인공지능 디자이너'와 학습 데이터를 잘 만들어 줄 인공지능 레이블러(AI Labeler)의 중요성과 소비자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기조 강연을 끝맺었다.

뉴스1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에서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자 및 시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과학기술우수논문상 시상), 김빛나라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석사(과학기술우수논문상 이학 분야 대표 수상), 조희재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원(과학기술우수논문상 공학 분야 대표 수상), 서판길 한국뇌연구원 원장(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시상), 조수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과학기술우수논문상 농수산 분야 대표 수상), 김나영 연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임상조교수(과학기술우수논문상 보건 분야 대표 수상), 함세영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과학기술우수논문상 종합 분야 대표 수상),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2020.07.03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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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차대회 개회식에서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이 서판길 한국뇌연구원 원장에게 시상되고, 243개 논문을 대상으로 선정된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이 수여됐다.

서 원장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연구 지원이 있었다.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늘 후학에게 남들이 안하는 일을 하고 동료와 함께하며, 동반자와 소통하라고 강조해왔다. 앞으로도 노력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논문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학·공학·농수산·보건·종합 각 부문에서 한 사람씩 참석해 상을 받았다. 이번 연차대회는 개회식을 비롯해 모든 강연·토론회·심포지엄을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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