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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탈원전 여파에 한전 고배마셨던 英무어사이드 원전, 프랑스 주도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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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ED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최근 영국 컴브리아주에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018년 중단된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해당 컨소시엄의 구성원인 두산밥콕도 현지 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원전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2025년까지 18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많게는 원전 10기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관련 일자리가 늘고,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비즈

두산밥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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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전력공사(EDF)를 비롯한 14개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인 ‘무어사이드 클린 에너지 허브’는 이달 1일 컴브리아주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3200메가와트(MW) 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컨소시엄은 대형 원전 인근에 소형모듈원전(SMR)과 차세대 원전(AMR)을 재생에너지 설비와 연계한 ‘청정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앞서 한국전력(015760)은 2017년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025년까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3.8GW(기가와트) 규모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는 150억파운드(약 22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당시 원전 사업권자였던 일본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위해 설립했던 자회사 ‘뉴젠’을 청산하면서 2018년 사업이 중단됐다. 뉴젠 지분 100%를 인수해 원전 사업에 참여하려했던 한전의 계획도 무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영국 정부와 도시바, 한국 정부,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영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불안 요인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프랑스 ED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도 다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EDF 외에도 두산밥콕, 알트라드, 앳킨스, 카벤디시 등 13개 원전 관련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지역 원전 공급망을 활용해 수백 개 기업의 수주를 확대하고, 수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 재개될 경우 두산중공업(034020)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이 현지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영국처럼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두산밥콕은 1995년 건설된 사이즈웰 B 프로젝트에 증기발생기를 공급하면서 영국의 주요 원전 사업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프로젝트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은 영국이 30여년 만에 새로 짓는 원전이다. 총 3200MW 규모로 영국 남서부 서머셋주에 건설 중이며,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한전, 한수원, 두산중공업 등이 영국에 원전을 지을 수 있도록 올해부터 영국과의 원전 수출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국가 대항전이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수출이 성사될 수 있다"며 "무어사이드 원전의 경우 정부와 한전이 결국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두산밥콕 등 원전 업체들은 기존 수주 경험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원전 건설 수주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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