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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스트롱맨의 시대…전쟁은 우리의 가까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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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역사는 반복된다. 비극에서, 다시 비극으로. 초토가 되어버린 토지, 미약한 숨결도 느낄 수 없는 휑뎅그렁한 마을, 고깃덩어리처럼 버려진 시신. 전쟁의 반복이 어느 철학자에겐 희극으로 보일지라도 잔인한 삶의 무게를 이고 거친 걸음을 떼야 하는 시민에겐 비극의 재현일 뿐이다. 비극을 다시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건 전쟁을 곱씹는 일이다.

신작 '전쟁의 미래'는 인류에 큰 상흔을 남긴 전쟁의 역사를 훑는다.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시작으로 인류를 회의하게 만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쳐 사이버테러·드론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현대 전쟁의 첨단화까지 녹여낸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길어 올리는 대가의 작업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전쟁연구학부 명예교수로 군사전략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통한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낙관주의'에 대한 경계다. 빈약한 근거에 기반한 희망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최첨단 무기로 속전속결로 공격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은 어리석다. 히틀러는 독일 탱크가 유럽 전역과 러시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대국 미국 본토에 꼽힌 일장기를 상상했다. 세계 모든 역사교과서가 서술하듯 치명적 자만은 연합군의 폭격과 원자폭탄으로 돌아왔다. 현대사회에서도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국은 여전히 재래식 무기를 든 아프가니스탄 게릴라 반군에 고전하고 있다.

'긴 평화(Long Peace)'의 시대인 현재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낙관주의자'를 향한 저자의 펜촉이 날카롭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거는 "우리 인류는 가끔 궤도를 이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폭력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1945년 이후로 국가 간 정면 충돌은 없지만 아프리카·발칸반도·중동은 내전의 화마에 휩싸였다고 반박한다. 2014년에는 전 세계에서 무력 충돌 40건이 벌어졌다.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트럼프·푸틴·시진핑이 만들어가는 현재의 국제세계는 쌓아올린 바둑알처럼 위태롭다.

"전쟁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일갈이 묵직하다. 작은 폭력과 범죄가 언제든지 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여전히 비근한 거리에 있어서다. 북녘에서 건너오는 폭력의 메시지를 우리는 너무 쉽게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닌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대 로마의 정언은 여전히 유효한 격언으로 평화에 젖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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