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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은행서 자취 감춘 사모펀드…새 상품 아예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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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사모펀드 판매 절반 뚝

불신 팽배, 비이자수익 찾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 때 제일 잘 팔리고 제일 자신있던 상품이 사모펀드였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새로운 대체투자의 한 분야로 환영받던 사모펀드가 이젠 미운오리새끼가 됐습니다."(A시중은행 관계자)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6조원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손실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이어 1조6500억원대 환매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쇼크,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등 연이은 부실사고에 투자자의 불신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전수조사까지 예고하면서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조9458억원이 쪼그라든 22조549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8300억원 정도가 줄었고 올해 들어 5개월 동안만 살펴보면 2조8000억원 가량이 감소했다.


지난 1년 간 감소폭은 우리은행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5월 말 기준 판매잔액은 3조45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4조4485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조3565억원, 1조2142억원 감소했다. 이어 NH농협은행(-4975억원), 기업은행(-3792억원), 부산은행(-147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KB국민은행은 2조2128억원 늘어 대조를 보였다. DLF나 라임펀드 등 고위험 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았던 점이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을 비켜가게 했다는 분석이다.


불완전판매 의혹, 환매 중단 등으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수요가 대폭 축소됐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투자자 대상 판매잔액은 1년 전에 비해 약 8조원(7조9392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기관투자자 감소 폭은 5127억원에 그쳤다.


2015년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사모펀드 시장은 DLF와 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영국 루프탑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이 줄지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향후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전망도 부정적이다.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데다 금융당국 또한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2023년까지 사모펀드 1만여개와 사모운용사 230여개를 모두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사고의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게 전가하는 것도 시장 위축의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와 하나은행의 판매금액은 650억원, 364억원에 이른다. 또 앞서 DLF와 관련해 우리와 하나은행에 부과된 과태료는 각각 167억8000만원, 197억1000만원이었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사모펀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모펀드와 방카슈랑스 중심의 판매 전략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DLF 제재로 오는 9월까지 사모펀드 신규판매가 금지된 우리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법원의 중징계 집행 정지 신청 수용으로 사모펀드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판매 재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적립식펀드 등 공모펀드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안정성을 강화한 ELT 상품 공급 및 채권ㆍ부동산 등 실물자산 관련 상품 개발을, KB국민은행은 공모펀드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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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자칫 잘못 팔았다가 다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사모펀드 판매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공모펀드, 방카슈랑스, 카드대행, 외환(환전 송금), 신탁 등의 상품과 서비스 위주로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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