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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젠투, 펀드담보로 빚투?…판매사 상황파악 안돼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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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뢰밭 된 사모펀드 ⑥ / 젠투펀드 1.3조 전액 환매중단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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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파트너스가 1조3000억원 규모 펀드에 대한 환매를 일거에 중단한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는 이 운용사가 홍콩 현지 금융사와 맺은 '트리거 조항'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거 조항이란 운용사의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젠투파트너스가 만기가 다가온 펀드를 환매해주면 이 운용사가 굴리는 전체 자산 규모가 작아지고, 트리거 조항에 따라 금융사가 대출금 회수를 진행한다"며 "대출금을 걷어가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펀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체 펀드에 대한 환매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대표 펀드는 세 개다. 약 9000억원 규모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3000억원 규모 KS코리아크레딧, 1000억원 규모 CM크레딧펀드다. 다만 이 규모는 업계 추정치로, 정확한 수치를 놓고 이론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세 펀드는 기본적으로 외화 표시 국내 은행채 등 비교적 우량한 자산을 주로 편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환매 연기 사태 역시 보유한 채권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점, 그리고 트리거 조항이 맞물려 전체 자산의 동결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세 펀드 가운데 전통적인 만기전략을 주로 활용하는 KS코리아크레딧, CM크레딧과 달리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의 경우 만기 미스매칭 전략이나 레버리지 전략을 동원하는 등 운용방식이 비교적 공격적이다.

문제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와 채권시장이 폭락하면서 벌어졌다.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펀드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으켰던 레버리지가 화근이 됐다. 레버리지를 쓰면 자산가치가 올라갈 때는 수익률이 배로 올라가지만 반대의 경우 타격도 크다. 채권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펀드 수익률도 추락했다.

레버리지를 동원한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펀드가 채권시장 폭락으로 수익률에 타격을 받은 가운데, 다른 펀드의 만기가 돌아왔다. 다른 펀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젠투파트너스로서는 쉽게 돈을 내주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앞서 언급한 트리거 조항 때문이다. 이 운용사가 굴리는 자금 규모가 환매로 인해 줄어들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의 자금 회수가 진행돼 레버리지 비율 유지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손실 확정이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5월부터 환매연기 파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앞서 젠투파트너스의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파생결합신탁을 발행했다. 이 상품은 5월 조기상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젠투파트너스는 신한금융투자에 조기상환이 어렵다는 통보를 해 왔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젠투파트너스의 레버리지 상품이 전체 펀드 환매 중단의 불씨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어 지난달 말 키움증권에도 만기일에 맞춰 돈을 돌려주기 어렵다고 알렸다. 키움증권은 앞서 우리나라 신용을 기반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을 판 자금 가운데 일부를 젠투파트너스 상품에 투자했다가 돈이 묶였다. 판매사의 한 관계자는 "이 펀드에 편입된 채권이 현금화돼 있는 것을 홍콩 소재 수탁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펀드자금을 지키기 위해 레버리지가 동원되지 않은 상품까지 볼모로 발이 묶인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판매사들은 자금 회수를 위해 공동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홍콩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펀드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젠투파트너스의 환매 연기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판매사, 운용사가 해외에 거점을 둔 운용사를 상대로 대응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금감원이 다음주 홍콩 금융당국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론보도문-

이에 대하여 젠투파트너스는,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모든 펀드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내는 구조이고, 각 펀드의 자산을 독립적으로 분리해 운용하고 있으며, 레버리지 계약을 위해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를 서로 담보로 이용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고, 레버리지를 일으킨 펀드 때문에 레버리지가 없는 펀드까지 환매 중단된 것은 사실이 아니고, COVID19 사태 이후 전세계 채권 가격 폭락으로 환매 대응 후 남아 있는 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각 펀드별로 환매 중단 여부를 결정한 것이라 알려 왔습니다.

이 반론보도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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