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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김태우, 문재인 결재문서 봤다?…박형철 측 “사직서는 감찰 후속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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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활동상황을 보고 받고 전자결재한 문서에 ‘수고했다. 왜 사직서만 받고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의견을 달아놓은 것을 봤다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진술을 놓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의 공범으로 조 전 장관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측은 김 전 수사관의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비위 의혹을 받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사직서 제출은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수사관에게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했다는 문서에 관해 질문했다.

변호인은 “증인(김 전 수사관)은 검찰에서 2018년 9월 특감반 감찰활동상황을 이인걸 특감반장이 기안해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 비서실장, 대통령까지 보고한 문서가 있는데 대통령이 전자결재를 하면서 ‘수고했다. 왜 사직서만 받고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의견을 달아놓았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상황보고는 유 전 부시장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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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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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은 “(대통령의) 멘트를 봤다. 특감반에서 봤다”고 했다. 직접 봤느냐고 변호인이 재차 묻자 김 전 수사관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결재 문서에 기재돼있다는 내용은 김 전 수사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징계나 수사의뢰 없이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은 특혜라고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그 근거로 댄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역으로 질문했다.

변호인은 “봤다는 게 사실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특감반은 유재수 건 이외에도 감찰에 따른 후속조치로써 사직서를 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 아니냐”며 “그러니 대통령이 그 보고를 받고 사직서를 받았는데 왜 수사의뢰를 하지 않느냐고 의견을 단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 전 부시장의 사직서 제출이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인지 여부는 직권남용죄 성립의 한 쟁점이다.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은 2018년 3월 명예퇴직했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박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다고 하니 더 감찰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2017년 12월이다.

조 전 장관과 박 전 비서관 측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감반으로서는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에 관해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유 전 부시장도 사직서를 낸다고 해 감찰을 정당하게 종결했다고 주장한다. 사직서 제출을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결재 문서에 관한 김 전 수사관의 검찰 진술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게 박 전 비서관 측 변호인 질문의 취지다.

결재 문서를 직접 봤다던 김 전 수사관은 변호인의 이어진 질문에 “제가 그 일을 한 적은 없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 “잘 모르겠다”라고 하더니 “그 건도 있다면 이 건과 같이 처벌돼야 한다”, “그런 건이 있으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대통령이 결재한 내용에 의하면 사직서 제출 받는 것 자체를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로 (청와대에서는) 인식한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김 전 수사관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직서를 받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엔 검찰이 “(결재 문서의) 사건은 (청와대가) 직접 감찰한 사안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고 묻자 김 전 수사관은 “그렇다”고 했다. 결재 문서는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과 유사한 사건에 대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비위 공무원에게 사직서를 받을 권한이 없고,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은 사직서 제출로 끝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를 그만둔 뒤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간 것을 보면 사직서 제출이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 공방은 약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의 막바지에 나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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