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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새 외교안보라인으로 격랑 헤쳐나갈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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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전환 위한 물갈이 인사 / 대북 유화태도 심화될까 우려 / 정책 기조부터 대폭 손질해야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했다. 차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파격적으로 발탁했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키로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될 예정이다.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중재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문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번 인사는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을 교체해 인적 쇄신의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서 원장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정 실장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한 데 대해 야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한다. 후보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외교안보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북 대화파의 전면 등장으로 대북정책에서 유화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에는 남북 협상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2000년 김대중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재임 시 특사로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킨 북한 전문가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렀을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북한에 인맥도 많다. 여당 4선 중진인 이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김연철 전 장관의 단점인 업무 추진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외교안보라인 구성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정부가 미국과의 조율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등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키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최근 여권 인사들은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유엔 측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하겠다”(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대북 지원은 미국이 반대한다고 못 하는 것은 아니다”(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위험천만한 발언도 나왔다.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이른바 ‘주사파’로 불리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앉힌 것도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기존 외교안보라인이 대북정책에 미온적이어서 교체한다는 건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북한 비핵화가 수반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남북관계는 대화로 푸는 게 최선이지만 북한이 엇나갈 때는 마땅히 회초리를 들 수 있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북한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은 환상에 가깝다. 정부는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대남 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대북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일방적인 대북 구애 정책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 직시하고 비현실적인 대북정책 기조를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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