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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제가 꽃뱀입니까”…의원간 ‘불륜 공방'에 마비된 김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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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제시의회 본회의장. 김제시의회 제공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으로 전북 김제시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부적절한 관계’를 의회 안까지 끌고 들어와 상대 여성 의원과 막말을 주고받은 추태를 벌인 의원의 선거 참여 여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해당 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시의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하다”며 자괴감을 표출했고, 시민들은 “막장 드라마가 무색한 추태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조롱했다”며 지방의회 무용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제시의회는 3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의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30여분 만에 폐회했다.

의원들은 ‘부적절한 관계’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의원들을 퇴장시킨 후 선거를 진행하는 방안과 윤리특위가 해당 의원에 대해 징계를 결정한 이후, 또는 시민 공청회를 거친 뒤 선거를 하자는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임시의장을 맡은 김복남 의원은 사실상 의장단 선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직권으로 폐회를 선포했다.

앞서 김제시의회는 당초 지난 1일 임시회를 열어 의장단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부적절한 관계 당사자인 두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다툼을 벌이면서 이를 연기했다.

당시 A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B의원과 10여분 간 막말을 주고받는 추태를 보였다. 그는 B의원과 마주치자 삿대질을 하며 “너, 나하고 간통 안 했냐. 할 말 있으면 해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B의원은 “그럼 제가 꽃뱀입니까?”라고 되묻자 A의원은 “네가 꽃뱀 아니었어?”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B의원을 ‘마귀’로 부르며 “죽어도 사랑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구애 편지를 보내놓고 왜 스토커로 몰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B의원도 “아이 아빠한테 먼저 칼을 휘둘러 머리를 열두 바늘 꿰매지 않았느냐”며 맞받아치는 소동을 빚었다.

앞서 A의원은 지난달 12일 김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항간에 떠돌던 소문(불륜)은 사실”이라며 동료 의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나는 과정에서 해당 의원 남편으로부터 6차례 폭행을 당했다. 그 충격으로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이 와 의정 활동이 어렵다”며 사퇴의 변을 늘어놨다.

A의원은 현충일인 지난달 6일에도 김제 군경묘역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B의원과 마주하자 욕설을 퍼부어 참석자들의 눈총을 샀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동료 의원과의 염문설이 불거지며 B의원 가족과 충돌하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김제시의회 윤리특위는 이날 A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A의원은 오는 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제명이 의결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윤리특위는 함께 물의를 빚고도 아직 아무런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은 B의원에 대하서도 오는 10일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 김제시의회 청사 앞에서 ‘시의회가 불륜 사랑방, 모텔이냐’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 들고 해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홍 대표는 “의원의 품격은 고사하고 두 불륜 의원의 낯 뜨겁고 추태 같은 싸움 때문에 공식 의사 일정이 무산됐다”며 “이 지경까지 의회를 추악하게 만든 이들 의원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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