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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고]한국형 뉴딜은 방역 뉴딜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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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름 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현장 보건요원과 의료인들의 고충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연 K방역의 성과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우려스러울 정도다. 최근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한국형 뉴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으로 믿고 싶다. 그런데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K방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사회적 투자인 ‘방역 뉴딜’이다.

경향신문

김동현 한림의대 교수·한국역학회장


보건의료인의 헌신과 열정을 ‘갈아 넣는’ 방식의 지금까지의 방역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 선제적인 전수검사, 광범위한 추적과 격리, 신속한 치료로 특징되는 K방역의 인적·물적 인프라가 사실 무너지고 있다. 탈진해 쓰러지는 보건요원이 그 시그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 국립감염병연구소의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가을과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을 예측하고 있다.

지금은 2차 대유행을 대비할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한국형 뉴딜에 앞서 서둘러 ‘방역 뉴딜’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지금 방역일선에서 선별검사를 하고, 확진자와 접촉자를 추적 관리하고,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이다. 지금과 같이 야외텐트와 임시 컨테이너에서의 선별검사와 진료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발열환자의 동선이 분리, 관리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보건소와 병의원에 대대적 시설투자가 있어야 하고, 장기전을 감안해 지속 가능한 시설로 건축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현장의 보건요원과 병원의 의료인력에 대한 전폭 지원과 추가 보강인력 확보 같은 인적 투자가 과감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현장에서 나날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방역전사들에 대한 기본적 예우이다. 한국형 뉴딜이 추구하는 일자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분야가 바로 여기 방역 일선이다.

두 번째로,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기능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 투자를 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선 최전방에 공공의료기관이 있다. 또 한번의 위기가 닥쳐오면, 이전과 같이 민간의료기관과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전국 국공립 의료원의 실상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의료시설과 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중환자를 치료할 전문의료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인 것이다.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 전문의료인력이 모든 공공의료기관에 배치되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도 전국의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환자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위기로 인한 인명손상은 이에 감염된 사람을 넘어, 훨씬 많은 수의 일반 만성질환자와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초과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응급환자를 분리 치료할 수 있는 공간 확충과 신속한 전원이 가능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 등에 국가 예산이 시급히 투자되어야 한다.

끝으로,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경제적 고통이 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은 K방역의 성과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불안정한 고용에 처한 이들도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 한국형 뉴딜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무척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죽고 사는 문제에 앞설 수는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지금까지의 K방역 성공이 오히려 2차 대유행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게 만드는 독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바로 지금이 ‘방역 뉴딜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김동현 한림의대 교수·한국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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