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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김지연의 미술소환]여섯번째의 대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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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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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신호, 2020, 멸종 위기를 앞둔 Cincludes Palliatus ⓒ MAAT, 클라우디아 마르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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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인 노릇에 분주한 인류는 생태계를 향해 어떤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종의 99%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지구의 멸종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700만년간 살아남은 인류는 다른 종의 멸종시점을 앞당길 뿐 아니라, 환경 전체를 망가뜨릴 기세로 사는 중이니까, 죄책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유기체들은, 어딘가에서 그 관계의 사슬이 끊어지면,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인류가 환경을 휘저어 놓으면, 그 혼돈에 대응하여 종은 움직이고, 변화하고 멸종한다.

국제자연보호협회가 내놓은 멸종 위기 종 목록에는 164종의 조류가 이름을 올렸다. 이미 사라진 종 가운데 조류는 넓은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역시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적응속도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는 못하다. 게다가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도 없으니까, 지구 그 어디도 그들의 안전지대는 없다.

소리를 통해 환경과의 교감을 높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가 클라우디아 마르틴호는 ‘멸종의 신호’라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는 야생동물미디어아카이브 기관인 매컬리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의 소리를 선택하여 포르투갈 리스본의 건축 및 기술 박물관(MAAT) 곳곳에 배치했다. 새들의 리드미컬하고도 풍부한 음색이 전하는 자연의 힘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그는, 사라져가는 생명이 내놓는 메시지를 통해, 여섯 번째 대절멸을 앞둔 인류가 퇴화된 자연과의 소통 능력을 다시 배양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 절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kimjiy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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