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클수록 똑똑?→ 크기로 지능 측정 못해 / 여자는 좌우뇌 사용?→ 남녀 편향성 없어 / 오메가3 먹으면 기능 개선?→ 태아만 해당 /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있는 보편적 속설들 / 英 신경과학 칼럼니스트 조목조목 반박 / 신화로 변질된 상식, 과학적 증거로 풀어
저자 크리스천 재럿은 ‘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통해 전문지식처럼 들리는 뇌에 관한 위험한 오해들이 무엇인지, 다양한 매체 속에서 신경과학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파헤친다. 신화를 바로잡는 신경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
현대인은 뇌와 신경에 관심이 많다. 뇌 과학 관련 도서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간의 신경체계와 사고를 모방하는 기술도 날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올바른 신경과학과 신화를 구분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경과학에 관한 일반인의 지식이 제한되어 있는 데 비해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들이 서슴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신경과학적 혹설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가 클수록 똑똑하다.” “남자의 뇌보다 여자의 뇌가 더 균형 잡혀 있다.” “우리의 뇌는 10%만 사용한다.” “임신한 여자는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다. 과연 그럴까.
영국의 신경과학분야 칼럼니스트 크리스천 재럿은 ‘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통해 “열광과 무지라는 맥락 속에서 단편적인 지식이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허무맹랑한 주장과 과장이 섞인 과학적 허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뇌에 관한 위험한 오해들이 무엇인지, 소설과 영화, 신문기사 등 다양한 대중매체 속에서 신경과학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밝힌다. 최신 증거에 기초해 보편적인 혹은 맹목적인 믿음을 자아낼 수 있는 신경과 뇌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를 풀어나간다.
책으로 들어가 보자. 뇌가 클수록 똑똑할까? 저자의 답은 뇌의 크기만으로는 지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는 약 1.3㎏인 데 비해 고래는 약 9㎏, 코끼리는 약 4.7㎏으로, 인간의 것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이는 생각과 같은 고도의 활용능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각처리와 같이 큰 몸집을 유지하고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뇌와 지능의 연관성에 의문을 가지고 몸집에 대한 뇌의 상대적 크기, 뇌피질의 크기나 뇌 반구 사이의 연결 정도, 뉴런 간 연결의 효율성 등 인간의 뇌가 가진 역량 및 다른 동물과의 차이점에 관해 많은 이론을 내놓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뇌의 크기가 반드시 똑똑함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뇌는 10%만 사용한다”는 속설에 대해선 진실은 뇌 전체를 쓰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뇌는 무언가 할 일을 기다리는 여분의 뇌 조직은 없다. 이는 실험 대상자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도 뇌활동의 파장이 조직 전체에 있음을 보여주는 수천건의 뇌 스캔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10% 사용설’은 1944년 영국 런던의 통신강좌 조달업무를 하던 한 기관이 신문에 “무엇이 여러분을 막는가? 여러분이 지력의 10%만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신문광고를 하면서, 이게 퍼져 나가면서 근거 없는 의학의 오류가 정설인 것처럼 회자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재럿 / 이명철·김재상·최준호 / 한울 / 4만원 |
“여자의 뇌기능이 남자보다 더 균형이 잡혀 있고 포괄적인가?’에 대한 진실은 뭘까. 흔히 남자는 뇌의 반구 중 한 부분만을 사용하고 여자는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남자는 어떻게 승진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다가 우유를 사오는 것을 잊어버린다”고 흔히 생각한다. 남자의 뇌는 국소적이고 편향적으로 기능한다는 신화는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니아대 존 길모어 팀이 신생아 74명의 뇌를 스캔해본 결과, 남아의 좌뇌가 여아의 좌뇌보다 작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위트레이대 의료연구소 이리스 소메로 연구팀이 377명의 남자와 442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결과 분석에서도 언어능력의 뇌내 편향성(양쪽 뇌 중 한쪽으로 치우진 정도)은 남녀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주장됐던 뇌량의 남녀간의 차이는 전설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뇌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정말로 머리가 좋아질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물과 뇌기능 개선 사이의 연결고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음식 몇 가지만으로도 인지능력을 손쉽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오메가3 등 지방산 첨가물을 복용하면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따르면 오메가3는 태아의 뇌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만 어린아이, 노인 등의 뇌기능을 증진시키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타민제 또한 영양 결핍을 겪는 경우에만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뇌에 좋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고 신문기사나 광고 등 대중매체가 뇌에 좋은 음식에 대한 과장된 기사를 수없이 내보내지만, 우리는 이 신화에 관한 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임신한 여자는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 저자가 신경과학자 크레이그 킨슬리를 인터뷰해 직접 이 신화에 관해 살폈다. 인간이 임신기간에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킨슬리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조사된 데이터는 대부분 자식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기술, 행동, 관심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임신이 뇌와 정신기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어린아이를 돌보기 위해 변화하고 강화된 뇌기능이 만든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 주장도 임신과 뇌기능을 둘러싸고 부풀려지거나 왜곡된 이야기들이 만든 신화라는 것이다.
책은 이런 41가지 뇌에 관한 과학적 학설과 주장에 관해 진실을 밝힌다. 저자는 “신화는 직관적으로 마음이 끌리는 연구결과에 관한 주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주장은 타당하고 상식적으로 들리며, 증거는 약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며 “과학적 합의는 진화할 수 있으나 비판적이되 편견 없는 접근, 균형감 있는 판단, 진실 그 자체를 위해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는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는 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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