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편집자 레터] 스승 없이 성장할 수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책 읽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밥 먹으면서도 책을 읽는답니다. 음식을 입안에 넣은 다음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 1초밖에 안 되는 시간도 견디기 어렵다네요.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지요. 화장실에 비치한 책을 힐끗 보고서 ‘앗, 이거 아까 다 읽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배 속이 폭발 직전이라도 급히 책장으로 달려가 화장실에서 읽을 책을 찾는답니다. 전철 안에서 한 권 다 읽을까 봐 한 권 더 갖고 다니는 건 물론이고요.

이렇게 고백한 사람은 일본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70)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신간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유유)에서 자신이 읽고 쓴 책에 얽힌 이야기와 깨달음을 풀어놓습니다. "몇 번이나 읽고 이미 숙지한 문장을 다시 읽는 것이 묘한 기쁨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소설 속 등장인물을 깊게 동일시하면 먼 나라 먼 시대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인생을 나도 살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였다" 같은 문장이 참 좋더군요.

우치다 교수를 6년 전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합기도 7단의 무도인이기도 합니다. 25세 때부터 매주 6일씩 빠짐없이 훈련했다네요. 문무(文武) 겸전이 반골 기질을 키웠을까요. 그는 젊은이들이 공부나 일에서 도피하는 현상을 '하류지향'이라 꼬집고, 아베 정권을 '독재'라 비판하고, 일본은 피해자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전쟁범죄를 사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문(學問)과 무도(武道)에 공통점이 있을까요? 그가 인터뷰 때 말했습니다. “스승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도 훌륭한 스승이겠군요.

[이한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