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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코로나로 힘드시니까 싸게 모셔요" 기막힌 마약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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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김남이 기자] [언택트 마약 거래, 중독된 한국]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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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필로폰만 팝니다. 퀄(품질)은 단골손님들도 좋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반개만 구입하세요. 사장님 수량 몇 개 안 남아서 서두르셔야할 것 같습니다."

마약은 이미 ‘언택트 소비 시대’다. SNS나 다크웹을 이용해 판매상을 찾고, 근처에 숨겨 놓은 마약을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쓰인다. 취재진도 손쉽게 온라인 판매상과 접촉할 수 있었다. 판매상은 '코로나로 요즘 경제가 힘든 만큼 단가를 인하했다'며 구매를 재촉했다.

쉬운 구매 과정 탓에 마약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CJ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욱 전 의원의 장녀 등 유명인과 연예인에서 청소년, 주부로 마약이 퍼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마약사범 검거는 검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마약 청정국’이란 단어는 빛바랜지 오래다.


'언택트 마약 거래' 국제우편 밀수 증가...다크웹와 가상통화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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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단속은 661건으로 전년과 비슷했으나 중량은 412.1kg으로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검찰이 집계한 마약사범은 1만6044명으로 역대 최고(전년대비 27.8% 증가)를 기록했다.

마약 단속 중 눈여겨 볼 점은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다. 지난해 단속 중량(61.7kg)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3년 전(2016년)과 비교하면 2.8배나 늘었다.

다크웹이나 SNS 등 인터넷을 통해 해외 판매자에게 주문한 필로폰을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국내에 반입하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다. 가상통화로 돈을 쉽게 보낼 수 있는 점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제 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필로폰 밀수 적발 중량은 13kg으로 전년 대비 3.6배나 늘었다. 필로폰 13kg이면 약 43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필로폰은 한국의 주종 마약으로 분류된다.

경찰 관계자는 "다크웹, 가상통화 등 신종수법과 국제택배가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필로폰이 주로 유통되지만 최근 북미 지역의 대마 합법화 등의 영향으로 대마 사범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마약 광고 수두룩...마약 이미 주요 지역에 숨겨놔

온라인 마약상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취재진이 SNS와 다크웹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각종 광고가 떴다. 판매상은 판매하는 마약의 종류, 1g당 가격 등을 자세히 써 놨다. 대부분 안전하고, 진품을 빠르게 전달한다고 광고했다.

한 판매상에게 말을 걸어봤다. 서울 지역에 산다고 하자 이미 주변에 ‘드랍’(숨겨진) 마약이 있다고,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주요 거래 지역에 이미 마약을 뿌려 놓은 것이다. 예시로 알려준 장소는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으나 모르고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여야 의심을 덜 받을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마약을 찾으러 갈 때 주의사항도 자세히 알려줬다. 철저히 거래는 철저하게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모두 거래가 가능했다.

마약상은 "요즘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객이 어려울 것 같아 단가를 인하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물건 들여오기도 힘든 만큼 빨리 구매하라"고 재촉했다. 돈만 보내면 반나절이면 마약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유혹했다. 마약으로 보이는 물건의 사진도 함께 보내줬다.

법무법인 효성의 김원용 변호사는 "클럽, 성매매 업소 등이나 판매처를 아는 대리인을 통해 판매되던 마약이 '비대면 판매'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SNS나 다크웹을 통해 조금씩 자주 구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약류 투약자 특별자수 기간을 7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자수방법은 경찰관서에 본인이 직접 출석하거나 전화·서면 등을 이용한 신고도 가능하다. 가족·보호자·의사·소속 학교 교사 등이 신고해도 본인의 자수에 준하여 처리된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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