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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故 최숙현 녹취록에 등장한 ‘선생님’ 팀닥터의 정체는?… “암에 걸렸다” 호소 후 행방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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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 국대 출신 최숙현 선수 사망 이후 가혹행위 전말 ‘파문’ / 가해자 지목된 ‘팀닥터’ 미스터리… 행방 묘연

세계일보

JTBC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23·사진) 선수가 생전 가해자로 지목했던 경주시청 소속 ‘팀닥터’는 의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뒤 지병(암)을 핑계로 잠적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의혹을 받는)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뿐더러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지칭하는데,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다른 면허도 없었던 것. 하지만 그는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까지 맡는 등 경상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선수 측은 이 팀닥터가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은 채 돈을 요구한 한편, 2019년에는 ‘심리치료비’ 명목으로 130만원을 요구해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 측은 영향력 있는 팀닥터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었으며, 그에게 이체한 총액은 1500여만원에 이른다고도 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이날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해 일시 고용한 사람”이라고 발표했다. 그와 연락이 닿는 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도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경주시청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운동처방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시청팀이 고용한 건 아니고 선수들이 개인 돈으로 고용한 것”이라며 “감독과 고향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지만 시청 차원에서 확인은 안 됐다”는 입장을 알렸다.

또한 그가 ‘심리치료 명목으로 선수들한테 돈을 걷었다’는 주장에 대해 “운동처방사는 원래 심리치료는 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최 선수는 생전 경주시청 감독 및 팀닥터, 선배 등 총 4명으로부터 폭언과 폭력 등 가혹 행위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팀닥터가 주도적으로 고인을 괴롭혀왔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

3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팀닥터는 감독이 아닌 최 선수가 지목한 또 다른 가해자 중 한 명인 선배에 의해 고용됐으며, 선수들이 그의 월급을 분담해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팀닥터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팀닥터가 ‘지병인 암이 재발해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라고 전했다. 팀닥터는 선수단 소속이 아닌 관계로 가해자 중 청문 대상에서도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 숨지기 전날 인권위 진정… 복숭아 1개 먹었단 이유로 뺨 20회 이상 때려

세계일보

고 최숙현 선수 가족이 공개한 유골함 사진.


고 최숙현 선수는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부터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으로부터 온갖 가혹 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생전 주장에 따르면, 경주시청 감독은 신고 있던 슬리퍼로 최 선수의 얼굴을 때렸고 복숭아 1개를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기도 했다. 한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도 한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일으켰다.

최 선수의 생전 녹취록에는 감독이 체중조절에 실패한 최 선수에게 욕설과 함께 ‘3일 굶으라’고 명령하고, 팀닥터와 함께 술을 마시며 그를 때린 정황이 담겨 있다.

최 선수 측은 지난 2월 인권위원회에 경주시청에서의 가혹 행위에 관한 진정을 제기했지만, 형사고소 계획이 있어 직접 취하했다.

이후 최 선수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지난달 25일 다시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현재 최씨 측 법무법인이 제출한 진정 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씨는 인권위에 2번째 진정서를 제출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새벽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경주시청 소속 다른 선수들도 가혹 행위를 못 이겨 운동을 그만뒀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녹취록에도 있듯이 감독도 팀닥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라며 팀닥터가 감독보다도 나이도 많고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양선순)도 트라이애슬론 가혹 행위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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