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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후변화 심해지면 물고기 60% 삶터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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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독일 연구팀 어류 700종 온도 내성 분석

배아·산란기 성어 온도 변화에 가장 취약

21C말 1.5도 상승으로 막아도 10% 영향

5도 오르면 60% 기존 산란지서 못 살아


한겨레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21세기 말에 어류의 60%가 서식지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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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심각해져 21세기 말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4~5도 올라가면 어류의 60%는 자신의 활동 영역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의 알프레드 베게너연구소 연구팀은 3일(한국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고기들이 맞고 있는 위험은 이전 분석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물고기 생애주기 중 산란기 때 온도 내성이 가장 낮아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어류의 60%가 기존 산란지에서 더 이상 번식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다물고기뿐만 아니라 강이나 호수 등의 민물고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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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들은 몸체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호흡을 해야 한다. 인간이나 물고기나 똑같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에너지 수요는 온도에 달려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에너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와 함께 필요 산소량도 늘어난다. 이런 원리로 유기체들은 몸체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당장의 온도 상승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적응력이 떨어지는 종들은 일정 한계가 넘으면 심혈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열에 민감한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를 조사했다. 어류 694종의 온도 내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작성하고 물고기들이 산란기, 배아기, 치어기, 산란기가 아닌 성어기별로 생존할 수 있는 온도 영역을 조사했다.

논문 제1저자인 플레밍 달케는 “성어기나 치어기에 비해 배아기와 산란기에 온도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산란기가 아닌 성어기의 물고기는 산란기나 배아기보다 10도 이상 따뜻한 물에서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들의 온도 내성이 다양한 것은 물고기 신체구조 때문이다. 물고기 배아는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할 아가미가 없다. 또 산란을 하거나 정액 분비를 할 준비가 된 물고기는 더 많은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 이는 왜 이들 물고기의 심혈관계가 낮은 온도에서도 스트레스에 약한지를 설명해준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연구 대상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지역의 현재 온도와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수온이 얼마나 올라갈지를 조사했다. 분석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중인 제6차 보고서에서 사용할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 ‘공유사회경제시나리오’(SSPs)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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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구팀이 어류 700여종에 대해 배아기, 치어기, 산란기, 성어기 등 생애주기별 온도 내성을 분석한 그림. A는 최고온도, B는 최저온도, C는 온도 범위를 나타낸다. 가령 남극암치아목(notothenioidei)의 경우 성어와 치어는 20도의 수온에서도 견디지만 배아와 산란기 성어는 수온이 10도만 돼도 위험하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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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저자인 한스오토 푀르트네르는 “21세기까지 1.5도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데 성공하면 10%의 어류만이 기존 산란지를 떠날 것”이라며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거나 급증하면(SSP 5-8.5) 어류의 60% 이상이 위험에 놓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유사회경제경로 5-8.5는 21세기말까지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5도 이상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 물고기들이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적응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고기들은 다른 시기에 산란을 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일부 어류는 이런 도전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고기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특정한 서식지에서 산란활동을 하고 그곳의 해류와 먹이 환경에 맞춰 산란 주기를 형성해온 것을 고려하면 산란지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물고기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강이나 호수에 사는 민물고기는 서식지 크기나 지리적인 한계로 물속 깊이 삶터를 옮기거나 저온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플레밍 달케는 “21세기 말께면 대서양대구가 산란을 하는 북해의 수온이 너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대서양대구 한 종이 생태계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서양대구는 중요한 포식자이기 때문에 종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팀의 분석은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라며 “해양 산성화같이 해양생물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기후위기 요소들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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