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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신상공개 될 뻔한 ‘n번방’ 성 착취물 구매자 “제가 모르는 잘못 있는지 돌아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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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 관련 피의자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 성 착취물 유포·제작 범죄자 아닌 구매자 ‘최초’ / 법원 “곧바로 신상정보 공개돼야 할 공익상 긴급한 필요 없어” / 피의자 검찰 송치되며 “죄송하다.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 돌아보고 반성할 것”

세계일보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의 신상 공개가 법원에 의해 무산됐다.

춘천지방법원은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을 두고 성 착취물 구매자 A(38·사진)씨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 때문에 A씨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은 예정대로 공개되지 못했다.

앞서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한 A(38)씨의 이름, 나이,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성 착취물 유포·제작자가 아닌 ‘구매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곧바로 신상 정보가 공개돼야 할 공익상의 긴급한 필요가 있다거나 공개될 신상 정보의 범위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신상 공개는 재판으로 범죄가 확정되기 전에 범죄자라고 공개적으로 인정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A씨는 ‘갓갓’(닉네임) 문형욱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로부터 성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성인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고, 아동·청소년 8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다만 이는 A씨 단독범행으로, 불법촬영물과 성 착취물을 외부에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매자 조사 과정에서 A씨의 PC를 압수·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여죄를 밝혀냈다.

경찰은 A씨가 성 착취물을 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과 별개로 불법 촬영물과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국민의 알 권리, 신상 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가족 등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하는 등 혐의로 구속된 A(38)씨가 3일 검찰로 송치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피의자 A씨가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법원이 인용하면서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면 경찰은 A씨의 이름을 공개하고 이날 오후 4시30분쯤 춘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춘천지방검찰청으로 송치할 때 얼굴도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은 오후 6시쯤에서야 나왔다.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 춘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취재진 앞에 선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혹시 제가 모르는 잘못한 게 있는지 지금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닉네임 박사)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부따’ 강훈(18)도 A씨와 같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군의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라며 기각한 바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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