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 시설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데다 수업의 질이 떨어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일부 대학만 등록금 반환을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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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곳곳에서 "등록금 반환하라" 거세지는 목소리
4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 학생들은 일제히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비상대책위원회,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고려대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는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F는 1학기 등록금 반환을 보다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라며 "고려대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희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교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고,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코로나19로 학습 환경이 나빠졌다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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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일부 학생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개 대학 소속 학생 2만1784명 중 87.4%는 1학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 ▲학교 시설물 이용 불가 등을 꼽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교수들이 제대로 된 수업 진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예찬 경희대 철학과 학생은 지난달 23일 열린 등록금 반환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수강했던 수업 5개 과목 중 수업 요일과 수업 분량을 제대로 지킨 교수는 2명뿐"이라며 "나머지 3분은 30~40분짜리 영상으로 대체하면서 시간이 부족해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등록금 반환 결정은 건국대가 유일…일부 대학 선별적 장학금 지급으로 선회
현재 서울 내 대학 중 등록금 반환 결정을 내린 곳은 건국대가 유일하다. 건국대는 지난달 15일 전체 44억원의 재원을 '특별장학' 형식으로 재학생들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납부한 수업료에서 8.3%를 감면하거나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재학생 1인당 29만~39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건국대 학생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건국대의 등록금 일부 환불 결정이 이후 건국대 재학생 익명 자유게시판에는 "20~30% 기대했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선택적패스제를 해주지", "실습비 명목으로 한 학기 등록금 200만원 더 받는 이과계열은 이번 반환에서 가장 손해다", "전체 등록금도 아니고 수업료에서 반환이라니", "체감상 성적장학금 받은 저번 학기가 훨씬 낫다" 등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 성균관대, 한성대 등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선별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20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씩, 동국대는 1인당 50만원씩 2000명에게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건국대가 등록금 반환 결정을 한 데 이어 일부 대학이 선별적 장학금 지급이라는 우회적 형태로 일부 등록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했지만 대학생들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의 요구에 대학과 교육부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는 소송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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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교육부)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위자료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락가락 교육부…결국 추경에 등록금 반환 예산 추가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그간 책임을 회피해온 교육부 탓이 크다. 교육부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학 등록금 반환 여부는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1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내부 회의에서 등록금 반환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교육부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곤혹스런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와 관련 지난 2일 대학·전문대학 총장들과의 대화에서 "대학이 먼저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만들고, (정부 지원 전에) 자구안을 내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비슷한 맥락이다.
등록금을 환불하는 대학교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데 대해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만만찮은 때문이다. 실제 세금을 투입해 등록금을 환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5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등록금 지원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2.7%로 '정부 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5.1%보다 많았다.
한편 3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경안에는 대학생의 등록금 반환을 촉진하기 위한 대학 간접 지원 한시 예산 1000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가 올린 2718억원이 전액 삭감되고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을 새로 편성해 1000억원을 신규 배정한 것이다. 또 이 예산에는 대학 지구 노력을 전제로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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