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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내 번호 어떻게…” 재난문자·‘온라인서명’ 동참 문자 함께 보내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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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 일부 주민에 ‘GTX-C 노선 왕십리역 신설’에 참여를 권하는 문자 보내

“행정정보 수신 동의했더라도 주민이 행정정보로 느끼지 못하는 문자, 문제 소지”

헤럴드경제

서울 성동구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에 왕십리역을 신설해달라는 주민 15만여 명의 서명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성동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 성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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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30)씨는 지난달 24일 하루에도 대여섯개씩 쏟아지던 재난문자 사이에서 못 보던 문자를 발견했다. “주민 모두의 염원을 담은 범국민적 서명 운동에 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며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쉽고 간편하게 온라인 전자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왕십리역 신설 서명운동 독려 문자메시지였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복수의 성동구민이 지난달 24일 이같은 문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16일부터 ‘GTX-C 왕십리역 신설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GTX-C노선이 통과하는 서울 6개 자치구 중 성동구에만 정차역이 없어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추진위는 주민 15만여 명의 서명을 모아 이달 2일 성동구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추진위가 김씨 같은 일반 주민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김씨가 행정정보 수신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성동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정보 수신에 사전 동의한 주민의 명단을 갖고 있다. 각종 민원 신청을 위한 전자행정 서비스 가입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방자치단체 행정정보 제공에 동의한 주민의 명단을 갖고 있다.

구청에서 이 같은 서명 운동 독려 문자를 보낸 데 과도한 개인정보 활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문자를 받은 오모(26)씨는 “재난문자 속에서 홍보성 문자가 섞여서 의아했다”며 “요즘 코로나19를 함께 잘 이겨내자는 구청장의 문자도 종종 왔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모(26)씨는 “이전에는 구청 문자를 거의 받은 적 없었는데 최근 들어 많아졌다”며 “코로나 탓에 지난 2월 주민센터의 권유로 전자행정 서비스를 신청한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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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행정정보 제공에 동의한 주민에게 보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왕십리역 신설 서명 운동 동참 문자.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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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동구는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지적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행정정보 제공에 동의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자행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며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도 행정정보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민 연락처를 얻게 된 경로에 대해서는 “인터넷이나 주민센터에서 수기로 전자행정 서비스 신청을 한 주민들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GTX-C노선 신설 서명운동 링크가 행정정보라는 성동구의 판단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행정정보는 전자정부법상 행정 기관이 직무상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자료로서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어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따위로 표현된 정보를 가리킨다. 성동구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평소 문자로 문화공연, 여론조사 등의 행정정보를 전하고 있다”며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에 대해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청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재난문자는 문자 수신인이 누구인지 식별하지 않고 일정 지역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식이지만 지자체에서 보낸 문자가 수신인을 식별해서 보낸 거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어떤 법적 근거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행정정보 수신에 동의한 주민에게 문자를 보냈더라도 주민 입장에서 행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의 문자라고 생각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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