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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어차피 걸려도 초범은 집행유예"…이래선 마약 중독 못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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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언택트 마약 거래, 중독된 한국]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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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마약 차단이요?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목표죠"

마약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한 전문가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신종마약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수법 진화가 너무 빨라 마약 범죄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약의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선 프로포폴 등 병원에서 유통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마약 대용으로 쓰이는 만큼 병원 밖으로 유출되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마약 범죄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향정신성 약물 유출을 차단하려는 수사당국이나 정부의 의지가 너무도 빈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헤로인 같은 말 그대로의 마약은 한국에서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프로포폴, 졸피뎀 같은 의약품이 어디에서부턴가 유출돼 매번 문제가 터지는 데 이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대학병원의 마취학과 교수는 "성형외과에서 주로 유출이 발생하는데 수술이 매일 있어 프로포폴을 대량 주문해도 의심받기 어렵다"며 "소형 개인병원은 약품 이중 장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마스크처럼 모든 재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 처벌 강화해야"…마약이 호기심에 해볼만한 경범죄라는 의식 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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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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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측면에서는 '처벌 강화'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대마초의 경우처럼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해외 일부 국가에선 합법인 경우가 있어 공급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에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원용 법무법인 효성 변호사는 "공급은 수요를 따라오게 돼있다"며 "마약은 처벌보다는 교정,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료 등에 포커스가 있는데 처벌 수위를 높여 공급을 조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초범의 경우 마약을 팔지만 않으면 집행유예를 받는다"며 "처벌을 받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 재범에 대한 유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사용을 '한 번쯤 호기심 삼아 해볼만한 경범죄'라고 여기는 국민 인식도 제고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순간에 가정을 파탄시키고 한 개인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만큼 마약 사용이 매우 중한 범죄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장은 "마약을 일종의 기호 식품처럼 여기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결국 마약은 사람 문제인데, 일반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는 한 마약 문제 해결은 소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마약류 투약자 특별자수 기간을 7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자수방법은 경찰관서에 본인이 직접 출석하거나 전화·서면 등을 이용한 신고도 가능하다. 가족·보호자·의사·소속 학교 교사 등이 신고해도 본인의 자수에 준하여 처리된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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