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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검사들 "왜 꼭 이성윤 수사팀이어야 하나?" 공정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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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보자X 관련 수사 공정성 시비

한동훈 검사장과 악연, 이해충돌 소지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검사장 회의에서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가 위법·부당하다는 의견과 특임검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다고 한다. 특히 ‘특임검사’ 방안과 관련해선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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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MBC의 함정보도?
지난 3월말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맡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동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수원 23기)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수사팀은 MBC가 유착 당사자로 지목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하는 등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

그런데 MBC 역시 이철 전 대표 제보를 근거로 ‘최경환 전 부총리 신라젠 투자설’을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는 여권 인사의 비리 자료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채널A 이 기자를 속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돼 있지만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씨는 검찰 소환 조사를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도 “균형을 잃은 수사”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협박이냐, 공작(工作)이냐”
이런 이유로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검언유착 의혹’인지, MBC의 ‘함정보도 의혹’인지를 정확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지씨가 먼저 ‘검찰과의 교감이 있는 것이냐’고 묻고 검찰 간부의 ‘선처 약속’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몰래 카메라를 대동한 MBC 취재진과 자신을 덫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도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협박이냐 공작이냐, 이 여덟 글자가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무엇이 두려워서 정권의 운명을 걸고 이러는 것인가, 무소불위의 힘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평검사들도 “MBC 함정보도 의혹은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 성립 등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실 관계이고, 수사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황”이라며 “MBC나 지씨에 대한 압수수색도 초기에 병행 돼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평검사들이 돌려보고 있다는 ‘검언유착 의혹 VS MBC 함정보도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런 쟁점 때문에 윤 총장과 이 지검장 모두 지휘를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특임검사’를 지명해야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수사 공정성 의문…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추미애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지휘 배경이 수사 공정성이라면 MBC와 관련된 의혹은 수사하지 않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정성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 주변에선 이 지검장의 수사 지휘와 관련해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동훈 검사장”,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 지검장과 한 검사장 사이 악연(惡緣)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검장과 한 검사장(연수원 27기)는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두고 충돌했다.

지난해 9월 이 지검장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한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는데, 이 지검장이 한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하면서다. 한창 조 전 장관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 보고 라인에서 빼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통화로 이 지검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 지검장이 한 검사장과 관련된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이해충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채널A 이 전 기자는 MBC 관련 수사 형평성 문제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라며 “양쪽이 협의해 제3의 특임검사를 지명하면 해결될 수 있는데, 법무부가 왜 현재 수사팀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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