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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북한, 비건 방한 앞두고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대화 거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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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美, 우리와 판 새로 짤 의지 없다"

비건 방한 앞두고 '거부'…11월 미 대선 후 대화판 복귀 저울질할 듯

뉴스1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2019.2.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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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양은하 기자 = 북한은 한미 양 측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온 것에 대해 4일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라며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 놓고 있다"라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부터 북미 협상의 핵심 실무자로 북미 간 채널을 담당했던 최 제1부상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공언한 뒤 처음으로 담화를 냈다.

그는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라며 한미 양 측에서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미 대화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 제1부상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이 있다"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의 기억에서마저 삭막하게 잊혀 가고 있었다"라고 회의적 언급을 내놨다.

이날 최 제1부상의 담화는 일련의 북미 정상회담 재점화 움직임이 한미 간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자신들의 이익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현재 미국 정세를 면밀히 판단한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 협상 실무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 거부' 의사를 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최 제1부상은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 재추진을 거부하면서도 남북 양자 간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달 대북 전단(삐라) 살포 문제로 한 차례 고비를 겪으며 군사적 대립 가능성 직전까지 갔었다. 이후 지난달 23일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이후 소강상태를 지속 중이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보류된 '대남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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