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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콩고민주공화국의 작은 초콜릿 공장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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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민주콩고공화국에서 첫 현지 생산 초콜릿을 공급하는 로와 초콜릿 공장을 세운 칼린다 살루무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공장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고마|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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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맛보면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해요.”

아프리카 중부 내륙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DRC)의 첫 현지인을 위한 초콜릿 공장인 ‘로와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아이샤 칼린다의 말이다. 1990년대 두 차례 내전을 겪기 이전 민주콩고는 광물자원과 커피콩과 카카오로 꽤 많은 부를 생산했지만, 전쟁은 기반 산업을 흔들어놓았다. 2000년대 들어 민주콩고는 세계의 주요 카카오 생산지로 다시 발돋움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민주콩고산 초콜릿’을 맛보기 어려웠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민주콩고에서 주민들에게 초콜릿을 공급하는 로와 초콜릿 공장을 조명했다. 칼린다의 할아버지인 칼린다 살루무는 2014년 초콜릿 생산·수출을 위한 농민들의 협동조합을 꾸렸다. 2018년 처음 카카오를 수확했지만, 수확량이 너무 적어 수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살루무는 아들을 우간다로 보내 초콜릿 생산 공정을 배우도록 했다. 이후 칼린다의 가족은 지난해 민주콩고 동부 도시 고마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로와 초콜릿 공장을 세웠다.

영국의 민간 구호 프로그램인 엘란DRC의 카카오 전문가인 케빈 윌킨스는 “유기농 카카오 등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주콩고에서 카카오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했다. 엘란DRC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콩고의 카카오 수출량은 2000년 600t에서 2016년 1만1000t으로 급증했다. 카카오 농부도 2000년 2만5000명에서 2016년 6만5000명으로 늘었다.

테오초콜릿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민주콩고의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이는 지역 농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초콜릿이 현지인들에게 공급되지는 않았다. 살루무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카카오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칼린다는 “이곳 사람들은 초콜릿이 아프리카에선 만들 수 없는, 해외에서 온 것처럼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그 인식을 깨뜨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로와 초콜릿 공장에선 하루 2kg 안팎의 초콜릿을 생산한다. 현대식 생산 장비를 갖추지 못한 탓에 생산량은 적지만, 이 공장에서 생산한 초콜릿은 현지 슈퍼마켓에 공급되고 있다. 초콜릿 바 1개는 5달러 정도다. 하지만 인구의 72%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것을 감안하면, 민주콩고인들이 현지 생산 초콜릿을 맛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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