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상은 그러면서도 코마상태인 북미 정상회담 카드에서 호흡기까지는 떼지 않았다. 사망 선고를 내리지 않은 것은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하는 시점에 맞춰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의 공개담화가 나온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비건 대표에게 비공식 채널로 전해도 될 말을 대내외에 선제적으로 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무언가 준비해서 오라는 압박이자 주문이라면 비건 대표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로 긴장을 최고수위로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핵무력을 과시하는 대신 말폭탄을 제거한 비교적 절제된 담화로 자신들의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그중 핵심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여 달리고 있는 미국"에 압축돼 있는 것 같다. 이 대목에 숨겨진 키워드는 제재해제이다. 북미정상회담 제3라운드의 운명은 이 부분을 어떻게 미국 정부가 다룰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정성 있는 약속과 실천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믿음이 관건이다.
최 부상의 담화는 우리 정부의 안보라인이 대북통으로 다시 짜인 바로 다음 날 나온 것이기도 하다. 담화에서 우리 정부 쪽을 언급한 대목은 아주 짧지만,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뿌르게(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 바로 이 부분이다. 새 안보진용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북한과 서둘러 접촉해 그들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해야 중재 역할이 비로소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급랭했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속도감 있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새 안보라인의 분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인 북미와 남북 관계를 어떻게 리셋팅해서 본래의 궤도에 다시 올려놓을지를 놓고도 정교한 계획을 짜야 한다.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를 먼저 복원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로 옮겨갈 것인지, 아니면 북미간 중재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선후 관계의 교통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안보라인의 일신이 현상타파에 기여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친밀함과 익숙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새 안보라인이 남다른 연륜과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창의적인 해법에 도달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북한도 대화를 위한 기회의 창을 닫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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