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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대피소 갔다 코로나 걸릴라”… 日 폭우 피해 왜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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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있던 고령자 17명, 미처 대피 못하고 ‘심폐정지’

일본 남부 규슈 지방 구마모토현에서 폭우로 최소 4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노인 요양원에 있던 고령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된 요양원이 감염병은 물론 자연재난으로부터도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세계일보

일본 규슈 지방 구마모토현에 4∼5일 이틀 연속으로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한 가운데 인명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에선 전날(4일)부터 쏟아진 폭우 탓에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16명이 숨지고 17명이 심폐정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실종자도 13명에 이른다.

구마모토현은 장마전선 영향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돼 전날 새벽부터 시간당 최고 100㎜가량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로 인해 구마강 등 2개 하천에서 총 11곳이 범람했다.

구마 마을에 있는 노인 요양원의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정지 상태인 17명 모두 이 요양원 안에 있다가 구조대에 발견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AP 통신 등 외신에 “지난 토요일(4일) 구조대원들이 그들을 발견했을 때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후 구조대는 인근 다른 요양원들에 대해서도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고령자가 있는지 살피는 등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확산한 데에는 코로나19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구마모토현과 인근 가고시마현 당국은 7만5000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폭우 피해를 경고하며 대피를 촉구했다. “대피소에는 칸막이 및 기타 안전 조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니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주민 일부, 특히 고령자들은 행여 좁은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밀집도가 높은 대피소에 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을 우려, 대피소에 가는 대신 집에 머물기를 택했다. 대피소 대피가 의무적이지 않았던 점도 주민들이 그냥 집에 머무는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규슈 지방 폭우와 관련해 전날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의 수해 대책 각료 회의를 열었다. 1만명 규모의 자위대원을 동원해 수해 지역에서 인명 구조 및 복구 작업을 돕도록 했다. 폭우 피해가 집중된 구마모토와 가고시마 두 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해대책실이 설치된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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