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어느날, 철인3종 선배가 가짜 팀닥터를 데려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최숙현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최숙현(22) 선수는 폭행·가혹행위 가해자로 김모 감독, 팀 닥터 안모씨와 함께 선배 선수 두 명을 지목했다. 그중 한 명이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장모(32) 선수다. 경주시청의 간판선수인 장 선수가 팀의 실세였으며, 안씨 영입과 선수 폭행에 관여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장 선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전국체전 8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진출을 노릴 정도로 기량이 압도적이다.

장 선수는 선수들을 폭행한 팀 닥터 안씨를 팀에 들여온 것으로 지목됐다. 해당 팀은 원래 경북체육회 소속이었다가 2013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바뀌었다. 경주시체육회에 따르면 장 선수는 경북체육회 시절부터 경북 경산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안씨에게 치료를 받아왔고, 이에 다른 선수도 그에게 치료받았다. 그러면서 경주시청 팀이 안씨를 전지훈련에 동행시키고, 숙소로 불러 치료받게 됐다는 것이다. 장 선수의 전담의가 곧 팀 닥터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안씨가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일삼고, 김 감독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한 것도 안씨 뒤에 장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경주시청은 감독 위에 선수가 있다’는 말은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한다. 이지열 전 트라이애슬론 유소년 국가대표 감독은 “대회장에서 다른 선수는 감독 지시에 따라 함께 몸을 푸는데. 장 선수는 감독에게 따로 말한 뒤 개인 운동을 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곤 했다”고 했다.

경산시 사동에 있는 경주시청 팀 숙소도 장 선수 측 소유로 확인됐다. 2014년 지어진 빌라 3층이 남자 숙소, 4층이 여자 숙소인데, 4층 방 1개가 등기상 장 선수 명의이며 3층 방 1개는 장 선수 모친 박모씨 명의로 돼 있다. 경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경주시체육회가 이 숙소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

한편 안씨가 선수들에게 의사 행세를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선수들이 ‘안씨가 의사가 아니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안씨는 작년 12월 팀을 떠났다. 안씨가 일했던 병원 원장은 “안씨는 잡일 비슷하게 청소 같은 일을 했다”고 했다고 TV조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안씨는 의사나 물리치료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다른 면허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본지는 5일 장 선수의 반론 또는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었다. 안씨에게도 수차례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상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