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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CEO] 아신, 無재고 통해 물류 강자로 우뚝…의료물품 배송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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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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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속화한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유통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기업 '아신'은 지금은 보편화된 물류센터 기반 종합물류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유통물류를 위한 전문 물류센터를 지은 것도, 과일·채소 같은 신선식품이 생산지에서 매장으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저온 상태를 유지해 신선도를 지키는 콜드체인(cold chain) 시스템을 선보인 것도 모두 이 회사가 처음이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만난 김홍규 아신 회장(72·사진)은 "당시 불모지였던 물류산업에 뛰어들어 지금껏 한길만 걸어옴으로써 오늘의 우리나라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으로 유통업이 겪는 변화에 맞는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당시 그는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15년간 해온 회사원 생활을 과감히 접고 낡은 화물트럭 5대가 전부였던 조그만 운송회사를 인수해 '아신'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잡아 대출한 돈으로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매달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도 빠듯했다.

고심하던 김 회장은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유통 선진국이던 일본으로 떠났다. 그런 그의 눈에 띈 것은 바로 편의점이었다. 여기서 김 회장은 하루 두 번 편의점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배송 시스템'에 주목했다. 각종 제조사 브랜드가 자사 대리점이나 판매사원을 통해 슈퍼마켓 하나하나에 일일이 제품을 배달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물류창고에 담아뒀다가 각 매장에 필요한 물건을 원하는 시간에 공급하는 전문업체가 활약하고 있었다. 김 회장의 일본 방문은 그때까지만 해도 소규모 운송업체에 불과했던 아신이 국내 최초 유통물류 기업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당시 작은 가게에 하루에도 수십·수백 곳의 제조사 직원이 드나들며 아무 때나 박스 단위로만 제품을 가져다주던 낙후한 배달 시스템 탓에 한국 슈퍼마켓은 제대로 된 재고관리도 하기 힘들었다"며 "각 점포에 수천 가지 상품을 한번에 모아 배송해주는 유통물류 서비스가 미래 먹거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 길로 한국에 돌아온 김 회장이 1991년 가락시장 근처에 빌린 100㎡(약 30평)짜리 작은 건물은 국내 최초 유통물류센터가 됐다.

이후 경기 기흥센터에 이어 올 2월에는 2만㎡(약 6000평)에 달하는 대규모 남사센터까지 물류 거점을 확대했다. 현재 아신 물류 시스템을 통해 오가는 물품 규모는 연간 8억박스에 이른다. 사업 초창기 3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현재 1000명에 달할 만큼 늘었다. 아신은 지난해 매출 59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아신의 주요 사업은 제조사 제품을 대기업 계열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장에 대신 배달해주는 3자 물류와 각종 거래처에서 만든 제품을 미리 구입했다가 개인 슈퍼마켓에 판매·배송하는 도매물류다. 상품 주문부터 입·출하, 보관,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대행하는 아신 종합물류 서비스는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BGF리테일, GS리테일,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활용하고 있다. 도매물류 시스템을 통해서는 롯데 제일제당 농심 등 거래처 500여 곳 제품을 나들가게를 포함한 전국 개인 슈퍼마켓 850곳에 납품 중이다.

아신이 처음 도입한 물류센터를 통한 전용 유통물류 시스템의 장점은 기업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제조사가 자사 제품 배송을 주먹구구식으로 담당했던 때만 해도 제조원가 가운데 최대 20%에 이르던 물류비용은 아신처럼 물류 전문회사가 맡으면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김 회장은 "유통물류 서비스는 단순히 물건을 매장에 배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인기 제품은 점주에게 더 많이 주문하도록 설득하고 매장 내 제품 진열 역시 소비자 편의에 맞춰 바꾸도록 제안하는 등 전체적으로 유통 서비스 질을 높이는 도우미 역할에도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특히 물건이 입고되면 24시간 안에 매장으로 보내 센터에 재고를 남겨두지 않는 '무(無)재고' 시스템은 아신이 유통물류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금까지도 시장 강자로 활약하게 만든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려면 미리 재고를 쌓아놓고 보내는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며 "매장별로 잘 팔리는 상품에 맞춰 입고부터 배송까지 18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시스템으로 거래처인 소매매장 경쟁력은 높이고 물류센터 재고관리 비용은 낮췄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전에도 적극적이다. 아신은 최근 유통물류에 이어 대형병원에 필요한 의료용품을 일괄적으로 납품하는 병원물류에도 뛰어들었다. 자체 쇼핑몰 사업 또한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아신은 가공식품 애견 의료기기 등 3000여 개 품목을 취급하는 온라인몰인 '아신몰'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점차 커지는 온라인쇼핑 시장을 겨냥해 올해 온라인몰을 전면 리뉴얼하고 모바일 앱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He is…

△1948년 전북 김제 출생 △전주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1980년 아신 설립 △한국유통학회 고문, 대한상의 유통위 부위원장 △아신 회장

[김태성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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