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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文 한마디에 더 세진 종부세…오락가락에 누더기된 부동산 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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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법이 또다시 손질된다. 다주택자 및 투기성 거래에 대한 세금 부담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적용되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하향 조정해 고(高) 세율 적용 대상을 늘린다. 1년 이하 거래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검토된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부동산 세금 정책의 큰 뼈대 없이 시장 흐름에 따라 서둘러 내놓는 긴급처방식 정책으로는 시장의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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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한강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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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과표 하향, 양도세 비과세 축소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관련 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마련한다. 이달 말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확정하기 전에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먼저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속전속결’ 처리를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2‧16 부동산 대책에 담은 세법 관련 대책을 더 강화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일반) 2주택 이하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0.5~2.7%에서 0.6~3%로 올리고, 3주택(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 이상에 대한 세율은 0.6~3.2%에서 0.8~4%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제출했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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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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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에 동일한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관해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종부세 개정안 대비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줄이고, 과표 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12‧16 대책 기준으로는 종부세 최고세율인 4%를 적용받는 과표 구간이 94억원 초과인데, 이를 낮춰 최고세율 부과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거래에 매기는 세금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보유 기간 1~2년은 기본세율(6~42%)에서 40%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에는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기성 단기 매매에 대한 징벌적 세금을 더 매기겠다는 얘기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 축소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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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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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대책…유야무야된 세금 원칙



이런 세금 강화 정책이 다시 들끓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임시방편의 부동산 세제 정책을 되풀이하며 시장에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현직 경제 부총리는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인상,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득세) 인하’와 같은 큰 방향의 부동산 세제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도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이 맞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부동산과 전쟁’이란 명분에 밀려 이런 원칙은 유야무야되고 있다.

정치권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총선 이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은 “과도한 종부세 인상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다. 선거 이후 이런 목소리는 실종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주택 가격 부침에 따라 수차례 만지작거리며 ‘조자룡 헌 칼 쓰듯’ 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종부세를 오직 일부 지역의 집값 잡는 목표로만 활용한 탓에 종부세는 누더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큰 틀의 세율 정상화 없는 단기적 처방은 시장에 정책 불신만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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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은 뒤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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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세금 정책은 집값을 잡는 데 쓰는 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투기꾼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처럼 시중에 돈이 넘쳐나서 갈 데가 없는 상황은 더 그렇다”고 단언했다. 안 교수는 “단기적이나마 효과를 보려면 양도소득세 등 거래 단계의 부담은 낮춰 집을 처분하고 싶은 주택 보유자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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