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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과는 다르다"…옵티머스펀드 투자자 '전액 환급'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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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로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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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피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펀드 투자금 전액 반환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및 그에 따른 투자금 전액 반환 권고 결정을 내렸단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 기대와 달리 옵티머스 펀드에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옵티머스 투자자들 "100% 환급 가능할 것" 기대



5일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피해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는 '100% 환급' 또는 '전액 배상'을 언급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라임(펀드) 분조위의 결정문을 보니 우리에게도 밝은 햇님이 비춰진다", "라임(펀드)보다 더 사기가 짙으니 옵티머스(펀드)는 원천 무효일 테고 100% 환급이 가능한 예시일 듯하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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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피해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올라온 게시글. 포털사이트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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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만든 5151억원 규모 46개 펀드를 말한다. 지난달 17일 이후 약 1056억원어치가 환매 중단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이들 펀드 서류 등을 위조해 개인과 법인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한 뒤, 실제로는 신뢰 수준이 낮은 부동산 개발회사와 대부업체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분조위 '착오 취소' 결정, 옵티머스도 해당?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이 전액 배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 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분조위는 이에 따라 펀드 계약 당사자인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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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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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11월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IIG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사실을 통지받았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무역금융펀드를 계속 판매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이 이 사실을 포함해 총 11개 중요 내용을 무역금융펀드 투자제안서에 허위·부실 기재했으며, 판매사들은 이를 투자자에게 그대로 제공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의사표시에 대해선 취소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민법 제109조가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됐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옵티머스 펀드 사례 역시 이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판매사와의 펀드 계약 당시엔 투자금이 LH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해양수산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 등에 투자된다고 고지됐는데, 이제 와서 보니 투자금이 부실 회사채에 흘러 들어갔다면 이 역시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펀드 계약과 달리 투자, '착오 취소' 적용 어렵다"



실제로 그럴까. 전문가들은 옵티머스 펀드엔 착오 취소가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 가장 큰 이유로는 착오를 유발한 상황의 발생 시점이 꼽힌다. 민법 제109조의 착오 취소는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어야 적용 가능하다. 라임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계약 시점부터 '이미 손실이 난 해외펀드(IIG)'가 그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는 계약 시점이 아닌 그 이후에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당초 약속한 것과 다른 자산에 투자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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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결정에 적용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판단 기준.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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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에 대한 법률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제출된 옵티머스운용 고발장엔 '옵티머스운용이 원래 A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실은 B에 투자했다'는 식으로 장래에 사실관계가 바뀌었다고 돼 있다"며 "고객이 중요 사항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하고, 그 중요 사항이 장래가 아닌 현재 혹은 과거 사실이어야 한다는 착오 취소 판단 기준엔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 주장, 펀드 계약 상대방인 판매사엔 적용 어려워"



착오 취소와 비슷한 개념의 사기 취소(민법 제110조) 적용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옵티머스운용이 처음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에 투자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는 사기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펀드 계약의 당사자가 판매사와 투자자기 때문에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사기 취소가 펀드계약의 취소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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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3일 펀드 운용사인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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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의 변호사는 "옵티머스운용만 놓고 보면 사기를 주장할 수 있긴 한데 문제는 법원이 펀드 가입 계약의 거래 상대방을 운용사와 고객이 아닌 판매사와 고객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거래 상대방에 의한 사기가 성립되려면 판매사가 옵티머스운용의 기망(欺罔·속임) 의도를 알면서도 고객에게 펀드를 팔았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할 텐데 이를 입증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자본시장법상 부정사기 거래 적용 가능할 것"



금감원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관계를 전제로 했을 때 옵티머스펀드 사례는 착오가 아닌 사기 가능성이 더 농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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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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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이어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하려면 (계약 상대방인) 판매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입증해야 하는데 판매사들에 기망의 고의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며 "분쟁조정으로 간다면 결국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부정사기 거래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옵티머스운용에 배상을 해줄 돈도 없어 보여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라임운용 무역금융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작업을 끝낸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부터 실시할 또 다른 환매중단 사모펀드의 분쟁조정 방향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추린 환매중단 사모펀드는 총 22개로 5조6000억원 규모다. 이들 펀드에 대해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1003건이다. 여기에는 젠투파트너스 펀드(1조900억원), 알펜루트 펀드(8800억원),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4500억원) 등과 함께 옵티머스 펀드(5500억원)도 들어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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