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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기차 보급 지지부진한데 충전소 전기료 부담은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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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믿고 인프라 확충에 힘썼는데 결과는 망하게 생겼습니다."

이달부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차 충전소에 면제해주던 기본요금을 부과하기로 하자 충전업계 민간사업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정부 정책을 믿고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앞서 전국에 필요량보다 더 많은 충전기를 깔아왔다.

실제 민간기업이 설치한 충전기 중 절반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요금 부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최근 '그린뉴딜' 정책 일환으로 전기차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겠다는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업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일 한전은 당초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위해 면제했던 기본요금을 올 7월부터 50%를 부과하기로 했다. 2021년 7월부터는 75%, 2022년 7월부터는 100%가 부과된다. 기본요금이란 전기차 충전기계에 대해 사용 유무에 상관없이 무조건 1기당 한전이 부과하는 비용이다.

고정형 충전기 기본요금은 2만534원으로 이 중 50%인 1만267원이 이달부터 부과된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더뎌 충전기 사용률이 굉장히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기업체인 A사에 문의한 결과 설치한 충전기 1만1000기 중 한 번이라도 사용된 충전기는 5762기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요금이 부활함에 따라 이 업체는 매달 1만1000기에 대한 기본요금 1억원을 추가 비용으로 부담하게 됐다. 현재 이 회사가 전기차 충전기로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른 소형 회사들은 '차라리 충전기를 뜯어내겠다'고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6~7년간 이윤도 없이 정부를 믿고 충전기를 전국에 설치하며 미래를 위해 충실히 투자해온 기업만 망하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한전 측은 "신설 당시 2019년까지만 적용할 예정이었고 6개월 한 차례 연장해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5년간 20%씩 인상해달라"며 '속도 조절'을 호소하고 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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