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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돈 굴릴곳 마땅찮네"…큰손들 상속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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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로 사람들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속을 준비하기 위해 은행 신탁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시중은행도 금융당국 규제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가 막힌 상황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유언대용신탁 시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과 고객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상품 수탁액도 급증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 등 3개 시중은행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 5월 기준 1조3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1조2089억원) 대비 14.7%, 지난해 말(1조1546억원) 대비 20.1%나 늘었다.

유언대용신탁은 죽으면 효력을 발휘하는 유언장과 달리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재산을 관리하고 사망한 뒤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신탁제도를 활용해 미성년자인 자식이 성인이 되면 상속받도록 계획할 수 있다. 개인이 파산해도 법적 분쟁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신탁 계약자는 물론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사가 파산해도 신탁 재산은 보호된다.

이처럼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을 금융사가 대신 맡아 관리해준다는 '신탁' 개념에 딱 맞는 상품이었지만 그동안 각종 규제와 유언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은행권에서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유언대용신탁을 향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 상품을 찾는 고객 문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중소·중견기업 오너를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신탁 재산에 대해 유류분 규정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온 것도 신탁 문의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수원지법은 계약자가 사망하기 1년 전에 금융사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재산은 유류분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민법에서는 상속 개시(사망) 시점보다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만 유류분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재산을 맡긴 사람과 금융사가 서로 짜고 재산을 넘겼다는 '악의'만 없으면 이 법이 적용된다.

은행들은 ELT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유언대용신탁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 ELT 판매를 지난해 11월 잔액 기준(약 40조원)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져 ELT 조기 상환이 막히면서 은행들은 ELT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실제 신한·하나·우리 등 3개 은행 ELT 잔액은 20조5200억원에서 18조1797억원으로 11.4%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신탁 수수료 중 절반 이상이 ELT와 부동산담보신탁에서 얻는 수수료"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령화 시대 흐름에 맞게 유언대용신탁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영업점 방문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비대면으로 신탁 상담을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달 직원 5~6명으로 꾸린 '비대면신탁상담센터'를 본부에 만들 계획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들어온 고객은 영상 상담을 받은 뒤 앱에서 신탁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상담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검토 중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영상 통화를 통해 특정금전신탁 가입이 가능한 '신탁 비대면 센터'를 설립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부터 비대면 방식 특정금전신탁 계약 체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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