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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제자 미래 손아귀에 쥐고… 예술大 교수들 ‘권력 폭력’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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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大 성 비위 징계 18% 차지 / 도제식 교육 특성상 반발 못해 / 티켓 강매·장학금 반납도 만연

세계일보

국내 ‘미투 운동’이 확산한 2018년 이후 성 비위 문제가 불거진 예술대학 교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 서울대 음대의 A교수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내 예술계열 학과의 권력형 폭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학교 음대 A교수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로 학교 징계위원회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A교수는 지난해 7월 유럽 학회 출장길에 동행한 대학원생 제자의 방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성추행과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으로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았다.

해당 학과의 한 졸업생은 이날 통화에서 “입학 당시 선배들로부터 A교수를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A교수가 세미나 참여와 관련해 한 학생을 식당으로 불러내서는 ‘춤을 추러 가자’고 제안했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자 수가 적고 졸업 이후의 활동이 전공학과와 밀접하게 연계된 음악대학 특성상 학계 권위자에게 잘못 보이면 지속해서 지장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졸업생들 사이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고 피해자와 연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계열 학과의 성 비위 문제는 지속해서 불거져왔다. 지난해 교육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2019년 7월까지 전국 4년제 대학의 교원 성 비위사건 징계 123건 가운데 예체능 계열 교수들의 비위가 22건(17.9)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70곳의 대학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건 및 징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들은 교수의 성 비위 외에도 일상적 ‘권력형 폭력’이 발생해 왔다고 지적한다. 전국 34개 예술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2019년 발간한 ‘예술대학의 성폭력·위계폭력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수의 부조리 사례로 △교수 티켓 강매 △선물 종용 △장학금 수거 △열정페이·권위페이(학교 및 교수 개인행사 무보수 강제동원) △인권침해 △성차별 등을 들었다.

신진희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사도 “정량보다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만큼 학생들은 일상에서도 교수에게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며 “학생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교수는 이를 절대 권력으로 활용하려는 권위 의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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