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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내부고발 뒤…‘나눔의 집’ 대놓고 꿰찬 조계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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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소장·사무국장·법인 과장 등

대한불교조계종 관련자로 운영진 채워

“소장, 공익제보자들 업무권한 제한에

시급한 요양사 신규채용 미루고

운영·후원계좌 분리 등 배제시켜”

광주시 미온적 대처도 지적 커져

경기도, 6일부터 진상조사 착수

조계종·신임 소장 “절차 따른 것”


한겨레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집 문패.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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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한 내부고발이 나온 뒤 50일이 지났지만, 법인 이사진이 ‘꼬리 자르기’로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되레 내부고발 직원들의 업무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부고발 직원 7명은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부터 법인·시설 운영과 후원금 관리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

내부고발 직원 가운데 한명인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5일 <한겨레>에 “모든 사태의 책임이 법인 이사진에게 있는데도 안신권 전 소장 교체 이후, 새로 채용된 시설 소장과 사무국장, 법인 과장 등이 모두 조계종과 관련된 인사들”이라며 “이들이 나눔의집으로 오자마자, 기존 직원들이 이용해야 하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없애버렸다”고 주장했다. 시설관리 업무와 자료 제출, 후원물품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내부고발 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용호 신임 나눔의집 소장은 조계종 사찰인 송광사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송광의 정신요양시설 ‘정심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사무국장 ㄱ씨와 법인 과장 ㄴ씨도 모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시설에 몸담아온 인사들이다. 후원자나 할머니들의 뜻과 무관하게 ‘호텔식 요양원’ 설립 등을 논의해온 이사진과 시설 운영이 분리되기는커녕, 도리어 이사진의 ‘거수기’ 구실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해 시설 운영에 개입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눔의집 법인의 상임이사인 성우 스님은 지난 5월 회계 담당 직원 ㄷ씨를 찾아와 “(새로 채용한) 법인 과장 ㄴ씨와 회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되니 그렇게 알라”고 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도 회계 장부, 통장, 공인인증서를 제출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후원 계좌를 분리하라는 광주시의 지적을 따르는 대신 내부고발 직원을 회계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진입로에 주민들이 ‘호텔식 요양원’ 건립을 논의해온 이사진을 비판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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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부고발 직원들은 “최근 요양보호사 두명 중 한명이 아파서 못 나오게 되면서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는데 안신권 전 소장은 ‘권한이 없다’며 다음 소장에게 미뤘다. 이후 낙상사고까지 발생해 보고서를 올린 뒤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신임 소장은 ‘법인이 승인하지 않았다’며 채용 절차를 중단했다”며 “할머니들에게 시급한 조처는 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를 핑계로 직원들이 할머니들을 만나는 것은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할머니들을 돌봐온 원종선 간호사는 “할머니들은 여러 직원이 가서 함께 얘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거워하시는데, 신임 소장이 만남을 차단하는 것을 보면 문제 해결보다 이사진 명령대로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1차 감독·관리 책임이 있는 경기 광주시의 미온적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축공사 과정의 일감 몰아주기나 정관 변경 등의 과정에서 광주시가 모두 이를 승인했으면서도 정작 후원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선 제대로 감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대리하는 류광옥 변호사는 “나눔의집 운영진이 비지정 후원금으로 토지를 구입하려고 하자 이를 지정 후원금 문서로 바꿔 구입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광주시다. 당시 서류가 모두 구비되지 않았는데도 허가를 내줬다”며 “광주시는 사실상 위법에 동조해왔는데 후원금 관련 감사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학예실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머무는 시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어느 정부기관도 제대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20년 넘게 잘못된 운영을 해온 이들에게 계속 할머니를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성우 스님은 “‘꼬리 자르기’로 끝낸 것이 아니라 절차에 맞게 신임 소장을 새로 채용한 것”이라며 “(시설에서)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할머니들 생활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용호 소장은 “광주시가 시설과 법인을 분리하라고 한 시정조처를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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